나의 이야기

겨우내 비둘기 두 마리가.~

청포도58 2023. 3. 15. 10:34

 

또 비가 오려나? 

회색빛 하늘이 낮게 내려 앉아 있네요.~

 

이번 겨울은 참 추웠잖아요.

아주 추웠던 날.~ 비둘기 두 마리가 실외기 아래에서 웅크리고 있더라구요.

어째.ㅠ

철판이라 차가울텐데.~ 하필이면 여기로 온 단 말이냐.~ 숲 속이 더 낫지 않나?

근처의 공원도 있고 둘레길도 있건만~도대체 왜?

겨울이니 잠깐만 봐줘야지.~ 했던 것이 몇 달이 지나고 말았습니다.

 

저녁에 와서 잠만 자고가면 딱히 쫓아내지 않아도 되잖아요.

그런데.~

하필 여기와서 똥을 어찌나 싸는지.~자꾸 쌓이기 시작합니다. 큰일났다. ㅠ

추워서 얼기까지 해서 치울래야 치울 수도 없습니다. 창문을 열면 냄새까지 나니 골치가 아파지기 시작합니다.

차일피일 미루다가.

오늘 날씨가 따뜻하고, 비도 올 것 같고 해서.~ 장갑과 마스크로 중무장을 하고 겨우내 싼 비둘기의 똥을 치웠습니다.

에잇.~ㅠㅠ

 

그리고는.~

빈 공간을 상자로 막았습니다.

 

갑자기 어디선가 구구구구? 보다 더 낮게 우는?소리 비슷하게 들립니다.

뭐지?

어디선가 비둘기가?? 왜 우리집을?? 항의하나??

순식간에 옥상쪽에서 비둘기 두 마리가 날아가는 것이 보입니다.

너희들이 이걸 보고 있었단 말이냐?

보고 있었네.~

보통 머리가 나쁜 사람들을 새대가리?라고 하는데.~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양평에서ㅡ 새들을 관찰하면서 알게 되었는데.~ 영리한 것까지는 모르겠고 제법 처신을 잘한답니다.

무서워할 줄도 알고 피할 줄도 알고 가까이해도 되는 사람인 것도 구분할 줄 알고.~

 

 

이제 날씨도 따뜻해졌으니 오지 말아라.~~ 응?? 귀가 있으면 들어랏.~

 

 

앉아서 쉴 곳을 상자로 다 막았으니.~설마 다시 오지는 않겠지요.~

이젠 다시 온다해도 나 역시 물러서지는 않을 겁니다.

 

이 정도에서 우리 아름답게 끝내자구.~

 

숲 속으로 가기를 바라면서.~~이만 바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