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겻의 숲/허형만
아침나절, 이 숲
이 나뭇잎들이 온통 별빛이예요.
사람들은 *한겻이라 햇발에 반짝인다 생각
할 것이나 아니예요, 그것은 편견때문이에요.
하늘이 가까울수록 더 빛나는 저 이파리
를 보세요. 거문고자리의 직녀성과 독수리자리의 견우성
이에요. 주변의 별들이 은하수처럼 출렁이는 숲
은 지금 조용한 축제를 벌이고 있어요.
여기서는 밤과 낮의 구별이 없어요.
사람들만이 한사코 낮과 밤, 너와 나, 좌우
로 나눠요. 그것은 편가르기를 좋아하는 욕망
때문이에요. 보세요. 불꽃처럼 터져 오르는 공기
를. 저 별들의 숨소리와 함께 은은하게 번지는 파동
을. 나는 지금 우주의 중심에 둥둥 떠 있어요.
-- 시집 '만났다'--/황금알 2022년
(허형만 가브리엘 시인님은 현재 한국가톨릭 문인회의 이사장님이십니다.
스무번째 시집이라니.~~ 입이 딱 벌어집니다.
왕성하게 활동하시는 만큼 언제나 건강하시기를 기도합니다.~ 한없는 평화를 빕니다)
* 한겻 - 한나절의 반쯤 되는 동안(quarter of 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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