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나의 세상보기

[스크랩] 예수의 고통을 기억하는 호랑가시나무

청포도58 2018. 12. 24. 14:07

솔숲에서 드리는 나무 편지


[나무를 찾아서] 예수의 고통을 기억하는 나무와 함께 기쁜 성탄 맞으세요


  성탄절입니다. 당연히 먼저 떠오르는 나무는 호랑가시나무입니다. 지난 주 어느 신문에 연재하는 칼럼에 ‘호랑가시나무’ 이야기를 썼기에 같은 내용을 오늘 《나무편지》에 스타일만 조금 바꿔서 그대로 띄우겠습니다.


  호랑가시나무는 육각형의 상록성 초록 이파리가 두껍고 딱딱한데다 꼭지점마다 날카로운 가시가 유난스럽게 돋은 낮은키의 나무입니다. 사납게 돋아난 잎의 가시가 마치 호랑이 발톱만큼 억세다는 생각에서 옛 사람들은 호랑이발톱나무라고 부르기도 했고, 어느 지역에서는 호랑이가 등긁개로 써도 좋을 만큼 강하다는 뜻에서 호랑이등긁개나무라고 부르기도 했지요.


○ 성탄절 장식으로 첫손 꼽히는 나뭇잎과 열매 ○

 

  호랑가시나무는 우리나라의 남부지방에서도 저절로 자라는 나무예요. 이를테면 50여 그루의 호랑가시나무가 군락을 이루어 자라는 전북 부안 도청리 남쪽 바닷가 산 중턱의 군락지는 천연기념물 제122호로 지정해 보호하는 곳이지요. 또 전남 나주 상방리에는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과 함께 전장에서 크게 활약했던 오득린 장군이 심었다는 오래 된 호랑가시나무도 있습니다. 역시 천연기념물로 보호하는 나무입니다.

  호랑가시나무가 돋보이는 건 꽃보다 이 즈음에 맺히는 새빨간 열매입니다. 짙푸른 초록 잎 사이에 조롱조롱 맺히는 빨간 열매, 혹시 그 위에 하얀 눈이라도 소복히 쌓이기라도 하면 겨울 숲에서 만날 수 있는 최고의 절경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 빨간 열매는 성탄절 카드는 물론이고, 성탄절 나무 장식에 이용하는 재료로 첫 손에 꼽힙니다.


  호랑가시나무를 성탄절 장식으로 이용하는 데에는 오래 된 사연이 있습니다. 머리에 가시면류관을 쓴 예수 그리스도가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 언덕을 오를 때의 일입니다. 그때 예수의 가시면류관을 만든 재료가 호랑가시나무였다고 합니다. 호랑가시나무 잎의 가시는 예수의 맨 살을 파고들어 흔들릴 때마다 예수의 고통이 심해졌고, 붉은 피를 흘리게 했어요. 예수를 따르던 사람들은 예수의 운명을 안타까이 여기며 뒤따르기는 했지만 다가가지 못하고 멀찌감치에 떨어져서 바라보기만 했지요.

  그때 하늘을 날던 조그마한 새 한 마리가 예수의 이마 위로 날아왔습니다. 로빈이라 불리는 방울새였어요. 방울새 로빈은 작은 부리로 예수의 이마에 박힌 가시를 하나하나 뽑아냈습니다. 한참을 뽑아내다보니, 얽히고설킨 가시가 로빈의 여린 몸을 파고들게 됐죠. 그렇게 얼마 쯤 시간이 흐르자 로빈은 피를 흘리며 땅에 떨어져 죽고 말았습니다. 이 광경을 바라보던 사람들은 사람이 엄두도 내지 못한 일을 여리디 여린 새가 죽음을 감수하며 해냈다며 감탄할 수밖에요.


○ 예수의 고통을 덜어내려 애쓰다 죽은 새의 넋을 기리기 위해 ○

 

  기특한 방울새 로빈을 잘 보호하자는 생각을 하기에 이른 건 자연스런 순서입니다. 로빈을 신성하게 여기게 된 사람들은 로빈이 가장 좋아하는 먹이인 호랑가시나무의 열매를 잘 보호했습니다. 우선 로빈을 넉넉히 먹이고자 했지요. 심지어 프랑스의 어느 지방에서는 길섶에 저절로 떨어진 호랑가시나무 열매를 짓밟기만 해도 벌을 받는다는 이야기를 만들어내며 호랑가시나무를 신성하게 지켰습니다.

  그때부터 예수가 머리에 썼던 가시면류관의 재료였으며 동시에 예수의 고통을 덜어주려 애쓰다 죽어간 방울새 로빈의 먹이이기도 한 호랑가시나무는 예수를 기념하는 중요 재료로 쓰이게 됐다고 합니다. 예수 탄생을 기념하는 성탄절에 호랑가시나무를 장식으로 이용하게 된 절절한 사연입니다.


  그리스도교 문화권과 다른 살림살이를 살아온 우리 옛 사람들은 호랑가시나무를 잡귀를 막아주는 나무로 자주 이용했습니다. 이를테면 겨우내 가지 위에 맺혔던 빨간 열매를 겨울 새들의 양식으로 모두 건네고 빈 가지만 남을 무렵인 음력 이월 초하루에 호랑가시나무 가지에 물고기에 꿰어 문 앞에 걸어두면 집안으로 들어오려는 잡귀를 막아준다고 사람들은 믿었습니다. 나무를 이용하는 방식은 서로 다르지만, 나무는 사람의 마을에서 사람과 더불어 살아간다는 증거입니다.

  돌아보면 처음부터 사람은 나무와 더불어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래야 하겠지요.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예로부터 지혜로운 사람들은 나무를 지키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동원했습니다. 지역마다 민족마다 그 방식은 서로 다르지만, 결국은 그 지역과 민족의 문화를 고스란히 담고 살아가는 게 나무입니다. 나무는 사람살이를 이뤄내는 시작이자, 사람살이가 꽃 피워낸 문화의 결과물이기도 하지요. 나무를 더 오래 바라보고 그 안에 담긴 사연을 톺아보는 건 결국 사람살이의 알갱이를 찾아내는 일과 다르지 않을 겁니다.


○ 2019년 부천상동도서관 나무강좌 참가자 모집 ○

 

  끝으로 한 가지 알려드립니다. 부천 상동도서관의 《나무강좌》 2019년 참가자를 모집합니다. 그 동안 스물 두 번의 강좌를 마쳤고, 다가오는 새해에도 더 좋은 나무 이야기로 더 많은 분들을 맞이하도록 잘 준비하겠습니다. 더 많은 참가 부탁드립니다.

  http://bit.ly/2R3ZDap <== 부천시립상동도서관 나무강좌 참가 신청 페이지

  좋은 성탄 맞이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고맙습니다.

- 성탄절의 나무 호랑가시나무를 떠올리며 12월 24일 아침에 ……
솔숲(http://solsup.com)


솔숲닷컴(http://solsup.com)의 '추천하기'
접속이 어려우시면 추천하실 분의 성함과 이메일 주소를 이 편지의 답장으로 보내주십시오.

○●○ [솔숲의 나무 이야기]는 2000년 5월부터 나무를 사랑하는 분들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


[솔숲에서 드리는 나무편지]는 2018/12/24 현재, 회원님의 수신동의 여부를 확인하고 보내드립니다. [나무편지]를 받지 않으시려면 [수신거부]http://www.solsup.com



출처 : 바람재들꽃
글쓴이 : 정가네(김천)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