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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천년의 나무 - 자장율사의 주장자

청포도58 2018. 10. 23. 17:13


솔숲에서 드리는 나무 편지


[나무를 찾아서] 만산홍엽…… 천년의 나무…… 자장율사의 주장자


  일본 동경 동북쪽 군마현의 오제 습지 트레킹에 잘 다녀왔습니다. 나흘의 일정이 순식간에 달콤하게 지난 것은 눈길 닿는 곳마다 감탄해야 했던 고원 습지의 풍경에 담긴 치명적 아름다움 때문이겠지요. 더구나 함께 걸었던 분들의 따뜻한 마음이 있어 더 오래 기억에 남으리라 생각합니다. 돌아오자마자부터 곧바로 빠듯한 일정에 밀려 아직 채 오제 습지에서의 사진도 정리하지 못했습니다. 아마도 이달 말까지 강행군으로 이어지는 몇 가지 일정을 지나고나야 겨우 정리해서 오제 습지 이야기를 전해드릴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오늘은 트레킹 중에 SNS 페이지에 보여드렸던 오제습지의 사진만 먼저 보여드립니다.


○ 가을의 나무가 드러내는 신비로운 단풍 빛깔 ○

 

  주말에는 경북 봉화의 백두대간수목원에서 하루를 보냈습니다. 즐거운 빛깔로 물든 단풍 숲 속에서 하루 머물고, 이튿날에는 강원도 정선의 고즈넉한 적멸보궁 정암사와 운탄고도를 다녀왔습니다. 가는 곳 어디라도 그야말로 만산홍엽이라 해야 할 아름다운 풍광이었습니다. 해마다 이 즈음이 늘 그렇습니다. 굳이 한 그루 두 그루씩 나무를 헤아리지 않아도 그저 멀리 바라보기만 해도 절로 행복해지는 계절, 가을이 지금 한창 절정입니다. 바라보는 곳 어디라도 온갖가지 빛깔로 가을 바람을 담고 드라마틱한 변화를 보여주는 나무의 신비로움에 빠져 눈을 감을 수 없고, 걸음을 재우칠 수 없습니다.


  일요일, 어제 한낮의 적멸보궁 정암사에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태백산 깊은 골에 자리잡은 정암사는 적멸보궁 뒤편의 숲에 단풍 물이 오를 때 풍경이 가장 아름답습니다. 아름다운 가을 풍경을 찾아 멀리서 찾아온 관광객들이 적멸보궁의 적요를 거두어 냈지요. 정암사는 절집 안의 오래 된 전각들을 하나 둘 살펴보는 것도 흥미롭지만 그냥 절집 마당 아무데나 주저앉아 가만히 산 이편 저편을 멀리 내다보기만 해도 좋은 절집입니다. 휴대폰 카메라를 기다란 작대기 끝에 매달고 오가는 사람들로 적잖이 번거롭기는 했지만, 먼산 풍경은 여느 가을 정암사와 마찬가지로 적멸의 신비를 품었습니다.


○ 자장율사 주장자의 흔적을 간직한 한 그루의 주목 ○

 

  정암사를 떠올릴 때마다 가장 먼저 생각하게 되는 나무가 있습니다. 적멸보궁 앞의 주목입니다. 천년 전 자장율사가 이 곳에 절집을 짓고, 문수보살을 친견하려는 마음으로 용맹정진하던 그때 그가 짚고 다니던 주장자를 꽂아둔 게 자란 나무입니다. 자장율사의 입적과 함께 죽음에 들었던 나무가 다시 활력을 얻고 살아난 과정은 한두 마디로 이야기하기 어렵습니다. 줄기 안쪽이 썩어 텅 빌 만큼 나무는 죽은 채로 오랜 세월을 보냈습니다. 다시 긴 세월이 지난 뒤의 어느 날 텅빈 줄기 안쪽의 깊은 어둠 속에서 예전 그 모습 그대로의 나무가 자랐습니다. 죽은 나무의 껍질 안쪽의 깊은 어둠 속에서 한 그루의 나무가 도담도담 자란 겁니다. 나무가 몸피를 키우면서 예전의 껍질 절반 이상은 떨어져 나갔습니다.


  천년의 나무가 보여주는 신비로운 현상을 백년도 채 살지 못하는 사람의 눈으로 다 짚어내는 건 애시당초 불가능하겠지요. 그저 나무 앞에 오래 머무르면서 말없이 한번 더 바라보는 일이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전부일 겁니다.

  조금은 버겁다 할 만큼 빡빡한 일정이 이어지는 날들입니다. 아무래도 이 계절만큼 나무를 많이 바라보는 때가 없을테니 하릴없이 즐거이 지내야 하겠지요. 일본 오제 습지의 생명 이야기는 물론이고, 정선 정암사 주목 이야기, 한적한 오솔길로 이어지는 정선 운탄고도 이야기는 마음 깊은 곳에 잘 담아두고 천천히 《나무편지》로 전해드리겠습니다. 오늘은 여기서 줄여야 하겠네요. 다시 《나무 이야기》를 전해드리러 나서야 할 시간이어서요.

  고맙습니다.

- 천년의 신비를 간직한 나무를 마음에 담으며 10월 22일 아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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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바람재들꽃
글쓴이 : 정가네(김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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