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나의 세상보기

[스크랩] 《 슈베르트와 나무 》그리고 무안 곰솔

청포도58 2018. 7. 3.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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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숲에서 드리는 나무 편지



[나무 생각] 《슈베르트와 나무》 프로그램이 좋은 상을 두 개나 받았어요



  지난 오월에 EBS-TV 에서 방영하고, 《슈베르트와 나무》라는 제목의 책으로 펴낸 나무 프로젝트가 두 개의 상을 한꺼번에 받았습니다. 책으로서가 아니라, EBS-TV 의 다큐프라임 3부작으로 방영한 방송 프로그램의 수상입니다. EBS의 상반기 ‘우수프로그램상’과 ‘한국방송대상 작가상’이 그것입니다. 방송 전문가가 아니어서, 자세한 사정까지는 알 수 없지만, 두 개의 상을 수상했다는 건 축하할 일이지 싶습니다. 이 프로그램의 처음 기획에서부터 최종 방영과 책 출간까지 적극 참여한 프로그램이니, 제게도 무척 반갑고 고마운 소식입니다.



  방송에 비해 조금 천천히 진행되는 책에 대한 평가도 더 좋게 이뤄지기를 바랄 뿐입니다. 이 참에 책 《슈베르트와 나무》 이야기 보탭니다. 이 책도 많은 분들이 좋게 봐 주시는 듯합니다. 초쇄를 발행한 게 지난 오월 초인데, 두 달 만인 칠월 초에 중쇄를 찍게 됐습니다. 출판 도서 시장이 매우 위축된 상황임을 감안하면, 좋은 반응이라고 생각됩니다. 제작에 함께 하신 분들과 성원해주신 솔숲닷컴의 여러분들께 고마움의 인사 올립니다. 피아니스트 김예지씨를 비롯해 방송팀, 출판팀, 사진가의 도움이 무척 컸습니다. 진심으로 큰 감사 인사 올립니다.



  그러고 보니 무슨 수상소감을 이야기하는 듯하네요. 마치 저 혼자 무슨 상을 받는 느낌인 모양입니다. 방송 쪽의 수상이니, 제가 직접 나설 일은 아니지만, 《슈베르트와 나무》 프로젝트는 제게 아주 의미있는 일이었습니다. 긴 시간 동안 나무를 찾아다녔고, 이를 여러 방식으로 많은 분들께 알려왔습니다만, 그 간의 모든 작업들을 한 단계 정리할 뿐 아니라, 새로운 방식으로 혹은 더 깊이 있게 나무를 만나는 방식을 찾아나가는 과정이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그 책 《슈베르트와 나무》에서 인용했던 시 한 수를 떠올리게 됩니다.

  看花
  - 朴準源(영조 15 - 순조 7)

  世人看花色 세인간화색
  吾獨看花氣 오독간화기
  此氣滿天地 차기만천지
  吾亦一花卉 오역일화훼

  꽃을 보다
  - 박준원 1739 ? 1807

  세상 사람들은 모양과 빛깔로 꽃을 보지만
  나는 오로지 생명의 기운으로 꽃을 바라본다오
  꽃의 생기 온 천지에 가득 차오르면
  나도 따라서 한 떨기 꽃 되리라



  《슈베르트와 나무》에서 이야기하려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가 이 한 편의 시에 담겨 있습니다. 시각 없이 존재하는 게 더 없이 불편한 이미지의 시대에 시각이 아닌 다른 감각으로 나무를 본다는 건 대관절 무엇일까요? 모든 사람이 모양과 빛깔로 꽃을 볼 때, 오로지 생명의 기운으로 꽃을 바라본 조선시대의 시인 박준원처럼 모양과 빛깔만으로 나무를 보는 건 아무래도 모자람이 있다는 것이지요. 나무 곁을 흐르는 바람결을 온몸으로 맞이하는 데에서부터 이 작업은 시작됐습니다. 때로는 나뭇가지 사이를 비집고 새어나오는 새 소리 벌레 소리에 귀기울이고, 나무 줄기의 표면을 어루만지고, 차가운 나무 줄기에 귀를 대고 한참 동안 숨죽이며, 나무의 실체에 다가서는 것, 그것이 한햇동안의 프로젝트를 통해 말하고 싶었던 메시지입니다.



  무안 지역의 큰 나무 이야기로 〈나무편지〉를 이어가던 중에 《슈베르트와 나무》 이야기를 끼워 넣게 되어, 나무 이야기가 더뎌지게 됐습니다. 무안에 이어간 충북 지역의 나무 이야기도 쌓여 있고, 또 이번 주에는 남도의 순천 지역을 답사할 예정인데, 하릴없이 〈나무편지〉는 더디게 이어지겠네요. 오늘은 우선 무안 지역의 아름다운 곰솔부터 보여드립니다. 무안 송현리 곰솔입니다. 이 나무는 전라남도 기념물로 지정된 아름다운 곰솔 한 쌍인데요. 너른 들판의 약간 비탈진 언덕 마루에 우뚝 서 있는 나무여서 주변 풍광과의 어울림이 유난히 아름다울 뿐 아니라, 실제 크기보다 훨씬 더 커보이기까지 합니다.



  무안 송현리 곰솔은 사백 년 쯤 전에 김해김씨가 이곳에 들어와 마을을 일으키면서 심은 나무라고 합니다. 전하는 이야기에 따르면 처음에는 이 곰솔 근처에 마을 숲을 조성해 서낭숲으로 지켰으며, 그 가운데 이 곰솔은 해마다 마을의 평화와 풍년을 기원하는 제를 올리던 서낭나무라고 합니다. 세월 흐르면서 숲은 사라지고 그 숲에서 자라던 곰솔 네 그루가 남아서 옛 서낭숲의 영화를 증거했으나, 그나마 두 그루는 죽고 지금은 두 그루만 남았습니다. 두 그루가 비슷한 수령을 가진 듯한데, 자람에는 약간의 차이가 있습니다. 둘 중 조금 큰 나무의 높이가 18미터 쯤 되고, 다른 한 그루는 그보다 2미터 정도 작아 보입니다. 아름다운 모습으로 긴 세월 동안 마을의 사람살이를 지켜온 고마운 나무입니다.



  장마는 이번 주를 끝으로 마무리된다고 합니다. 본격적으로 삼복 무더위가 시작되겠지요. 살펴보니 올해 말복은 중복에서 스무 날 지나서 찾아오는 월복(越伏)이네요. 입추가 늦어지고, 더위는 더 길어진다는 이야기이겠지요. 뙤약볕 반겨 맞으며 제 속살을 키워가는 이 땅의 나무들을 찾아서 다시 길 위에 오르겠습니다. 그 길에서 만나게 될 나무의 속 깊은 이야기들을 천천히 〈나무편지〉로 전해드리겠습니다. 그 동안 그러셨던 것처럼 앞으로도 오래 지켜봐 주시기 바랍니다. 아울러 책 《슈베르트와 나무》에도 지속적인 관심과 성원 보내주시기를 다시 한번 부탁드립니다.



  오늘의 〈나무편지〉는 이 즈음 한창 꽃 피우는 배롱나무 가운데에 흰 색으로 피어나는 흰배롱나무 꽃으로 마무리합니다. 무더운 날씨에 건강 잘 살피셔서 늘 평안하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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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쁜 마음으로 《슈베르트와 나무》 수상 소식을 전하며 7월 25일 아침에 ……
솔숲(http://solsup.com)에서 고규홍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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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숲의 나무 이야기]는 2000년 5월부터 나무를 사랑하는 분들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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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바람재들꽃
글쓴이 : 정가네(김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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