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록/서정주
어이 할꺼나
아~ 나는 사랑을 가졌어라
남몰래 혼자서 사랑을 가졌어라!
천지엔 이미 꽃잎이 지고
새로운 녹음이 다시 돋아나
또한번 날 에워싸는데
못견디게 서러운 몸짓을 하며
붉은 꽃잎은 떨어져 내려
펄펄펄 펄펄펄 떨여져 내려
신라 가시내의 숨결과 같은
신라 가시내의 머리털 같은
풀밭에 바람 속에 떨어져 내려
올해도 내 앞에 흩날리는데
부르르 덜며 흩날리는데...
아, 나는 사랑을 가졌어라
꾀고리처럼 울지도 못할
기찬 사랑을 혼자 가쟜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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