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저녁 무렵에 벨이 울립니다.
웬일? 앞집입니다. 세 식구가 나란히 서있어요.~
저희가 내일 이사를 갑니다. 앞집에 사모님과 사장님이 계시다는 것이 저희에게는 언제나 안심이었습니다. 잘살다가 갑니다.
아이쿠 어째.~ 차 한잔 마셔보지도 못하고 이별을 하게 되었네요. 그런 기회를 만들지 못해서 미안해요.~
어디가서든지 잘 살기 바래요.~
천혜향 한박스를 내밉니다. 이별의 선물?
선물.~ 이라니까.~ 생각이 나네요.
처음에 이사를 왔을 때인데.~ 이번처럼 나란히 서서 인사를 하면서 인삼차를 주더라구요. 인삼차?? 오호??앗.~ 우리를 늙게 본 것 같아.~ 인삼차의 느낌이 그렇잖아요.~ 올드해보인다??
노인들이 다방?에서 하하.~ 그렇게 연상이 되잖아요. 나는 커피인데??......
고심해서 골랐을 선물이니 정성껏 마시려고 노력은 했던 기억이 납니다.
사실 바로 앞집이어도 자주 보진 못하잖아요. 오고 가는 시간대도 다르고 라이프 스타일도 다르고.~ 그렇게 오래 사는 동안 몇 번을 만났을까요?
언젠가는 길에서 만났는데 어찌나 깊숙히 인사를 하던지.~ 민망했던 기억도 있습니다.
엄청 예의가 바른 가족이었습니다. 나 역시 고마워요.~
장식장의 아이스와인을 꺼내서 포장을 했구요.~ 답례 선물입니다.
언제나 건행하세요.~
등기를 보낼 일이 있어서 우체국엘 갔는데 낮은 계단에 소박한 봄꽃들이 작은 화분에 담겨져있습니다.
우체국.~ 하면 괜히 가슴이 두근거리잖아요. 나는 그.~ 옛날 편지 세대입니다.
청마가 이영도에게 썼다던 편지 내용도 떠오릅니다.
사랑하는 것은/사랑을 받느니 보다 행복하나니라/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우체국에서 등기로 보내면 영수증을 당연히 받는다고 생각했는데 .~ 이것도 달라졌습니다.
내 전화번호를 꾹꾹 누르니 바로 휴대폰으로 영수증이 전송이 됩니다.
참 내.~ 나는 이것도 별로일세.~ 나에게 예전처럼 종이 영수증을 주시오. 이렇게 외칠 뻔 했습니다.
오는 길에 맥도날드에 들어가서 치즈 스틱 2개와 아메리카노 한 잔을 시켜보았어요.
이것도 기계에 대고 하는 거잖아요. 연습을 했습니다.
솔직히 어려울 게 뭐 있겠어요. 익숙하지 않을 뿐이지.~ㅠ
이제는 피하지 말고 익숙해져야합니다. 낯설어하지 않아야합니다.
모양 빠지는 것은 싫도다.~ㅠ
세상은 자꾸 달아나고 있건만.~ 나는 아직까지도 아날로그가 편하니.~ 어쩝니까.~
받아들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상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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