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 따는 사람/이선영
당신은 감나무에 올라 감을 따고
나는 멀찌감치 앉아서 감 따는 당신을 바라보네.
창백한 은사시나무 옆에 주렁주렁 혈색 좋은 감나무
나는 바라보기만 해도 좋은 것인데
당신은 열매란 꼭 거둬들여야 한다고.
감을 달았다는 까닭에 지금 당신에게 시달림을 당하는 그 감나무처럼
당신도 나무라면 열매를 줄 수 있는 나무가 되기를 바라겠지
그렇다면 나는 바라보는 것만으로,보여주는 것만으로 충분한 은사시나무가 되고 싶어.
당신이 낑낑대며 감나무에 올라가 가지를 베면서 감을 따듯
생을 따고 시를 따는 사람이라면
나는 당신과 당신의 감나무가 함께 겪는 노고를 더러는 안타깝게,더러는. 무료하게 바라보며
햇빛 받아 빛나는 은사시나무의. 평화와 고요와 무료함이 생이자 시이기를 바라는 사람.
감을 따고 있는 당신과 다만 그것을 바라보고 있는 나와의 그저 그대로일 수 밖에 없는 거리.
나란히 서 있는 주황 감나무와 하얀 은사시나무의 그냥 그대로가 좋은 거리
가을이면 내가 좋아하는 풍경.~
이천 시댁의 뜰입니다.
예전에 시아버님이 계실 때에는 나름 관리를 하셔서 주황색 감이 통통했는데 이제는 그야말로 풍경정도로만 남아있네요.
아마 저 감나무가 더 나이가 들면 어쩌면 감을 매달지도 못하고 흔적도 없이 사라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왼쪽의 작은 감나무를 캐오고 싶어하는 호야리씨.~
추위에도 견딘 장한 감나무라서 혹시 양평에서도 견딜 수 있을 것 같아서라는 단순한 이유인데.~
나는 반대입니다.
왜?
보든 안보든 관심이 있든 없든지
어쨌든 시골 소유잖아요.
만일?
아버님이 계셨더라면?
내가 좋아하는 것이라면 당장 캐서 보내주셨을 것이나.~
아버님과는 다른 생각일 수도.~
괜히 싫어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더구나
미신?을 믿는다?그런부류의 동서거든요.
요즘 가족 각각 병중이라는 것이 혹시 시골에서 지내던 제사가 옮겨져서 그런 것이 아닐까요?
꿈자리도 뒤숭숭하고.~ @#₩%₩##₩.~ 이런 얘기를 내게 한 적이 있었어요.
그런 사고방식이기때문에 괜히 멀쩡하게 있는 나무를 옮긴다면?
아이구 나는 싫어요.
괜히 구설수가 생기는 것도 싫구요.
호야리씨의 의도는 알지만 거부합니다.
그냥 그자리에서 뿌리를 단단히 내린 채 오래도록 잘살기를 바랍니다.
추위에 약한 감나무라니 여기선 쉽지않을 겁니다.
가끔 보이는 양평의 감나무들.~
우여곡절끝에 살아남았을 겁니다.
요즘 호야리씨의 고민은?어떻하든지 제가 좋아하는 감나무를 심겠다는 것.~
전문가에게 물어보고.~ 구하고있습니다.
과연?
심을 수 있을까요?
향이정원의 자두나무처럼 말이지요.~ ㅎ
기대해보겠어요.
주황색감이 주렁 주렁 열리는 감나무의 출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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