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국경일이라는 걸 깜박하고 도서관엘 왔습니다.
어째ㅠ 스벅엘 갈 건지 아니면 로비의 휴게실에서 기다릴 것인지.~ 허둥대고 있습니다.)
봄,참 고얀/이선영
봄,참 고얀 봄
봄이 오니 어쭙잖은 시인의 혀끝은 놀릴 일이 없다네
봄 햇살이 숨어있던 산수유와 동백을 캐내고 복수초 꽃망울을 서둘러 틔워
겨울잠에서 채 깨어나지 못한 시인은 미처 첨삭할 겨를조차 없어 멀뚱 빈둥거리느니
다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 할끔 빨아대며
봄꽃 속에 늘어져라 들어앉은 이 천하의 게으른 혀.
세 치 혀와. 짧은 미각, PC로 쓰는 시는 물러가라
시에도 리다이트?
봄이여, 꽃으로. 피는 네 시가 가장 빼어나구나!
나는 철철이,세상은 뱅글뱅글/이선영
나는 철철이 늙어가고
세상은 뱅글뱅글 젊어지네
낯설고도. 새로운 젖살을 불쑥 내미네
지금 어린 내 아이들은. 장차 그들보다 어린. 새끼를 치겠지
뱅글뱅글 세상은 돌아가겠지
그러나 쇼팽을 듣고 김수영은ㅅ 읽는 것처럼
세상엔 오래돼도 한사코 지워지지 않는 것들이 있다네
그래서 나는 세상이 마치 그 안에 다 들어 있는 듯 옴짝 않고
사각의 빈 종이를 붙들고 앉아 고적한 손목을 바들거리기도 한다네
펜이여 종이를 타라,세상을 멈춰라
시여,물살 센 표주박 안에 살짝 띄우는 한 잎 유유한 버들잎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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