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잠실 작은아버지께 다녀오다.~

청포도58 2023. 4. 15. 17:56

 

봄비가 내리는 날이었습니다.

우리가 살면서 언제나 똑같은 상황을 맞이하진 않잖아요.~ 이번에도 새로운 일입니다. 

어째야하는가? ㅠ

 

거실에 앉아계시는 작은 아버지가 살이 쑥 빠진 채로 우리를 맞이하십니다. 아이구 우리 작은아버지 더 핸썸해지셨네요.~

괜히 농담을 합니다.

확실히 연세는 그냥 드시는 것이 아닌 모양입니다. 의외로 덤덤하셨습니다.

 

얘기가 하고 싶으셨는지 과거 얘기부터 줄줄이 하십니다. 저 그림은 말이지.~ 유명한 사람이 그린 그림이고 저 글씨 역시 아주 유명한 서예가가 쓴 글씨야.~귀한 것들인 모양입니다.

에이.~~구닥다리?처럼 보이는데요?? ㅎ

 

의사가 아무 약도 필요없고 방사선도 필요없데.~ 그런데 내가 그냥 죽을 수 있니? 방사선을 쏘이시오.~ 하셨답니다.

의사의 야박한 말투 있잖아요.~ 방사선을 하다가 더 어려워질 수도 있다고 했답니다. 뭐래??

누군가의 인생을 그렇게 쉽게 이분법적으로 말하다니.~ 괘씸했습니다.

 

작은아버지는 본래 아주 저돌적인 분이어서 하시고 싶은대로 하셔야합니다.고집도 엄청 나십니다. 아무도 못당합니다.

말이 나오자마자 바로 방사선을 1차로 쏘이시오.~하셨고 2차도 3차도 맞으실 거랍니다.

말하자면 패를 던지신 것이지요.~

이러나 저러나 마찬가지라면 가만히 앉아서 있을 수는 없지.~ 나에게 방사선을 쏘이시오.~ 명령을 내렸답니다.

부디 더이상 번지지는 말고 그 방사선이 도움이 꼭 도움이 되기만을 바라고 있습니다.

인체는 다다다 다르잖아요.~ 변수는 언제나 존재하는 법.~ 좋은 방향의 변수로 이어지기를 진실로 바랍니다..

 

인간은 외로운 존재가 맞습니다.

그냥 딱하시더라구요.

작은어머니 역시 연세가 높으시기도 하고 황변때문에 힘들어보입니다.

어째야하는가?

 

작은 올케가 밑반찬을 정성껏 만들어왔더군요.

언니들과 남동생과 작은 올케가 모두 모였습니다.

 

앞으로 2차 3차 방사선이 있고.~ 잘 견디셔야 할텐데 걱정입니다.

더이상만 번지지 않기를.~ 기적이라는 것을 믿어봅니다.

연세가 있으니 어쩌면 더이상 안번지게끔 도와주시기를 바랍니다.

 

위의 사진은.~ 어쩌면 화양연화의 시절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저것들은??(작은아버지의 말씀입니다.)중동고등학교 친구들인데 거의 다 죽고 몇 명 안남았어. 살았어도 다 들 집에서 나오지도 못해.~ 방배동 친구 하나만 밥먹으러 잠실로 건너온다니까.~ㅠ

아무렇지도 않게? 연배가 그렇게 되면 다다다 받아들이는 것인가? 모르겠습니다.

 

예전의 아버지도 뭔가를 쓰시는 것을 좋아하셨습니다. 일기도 그렇고 편지도 그렇고.~ 

오늘 작은아버지의 탁자위에 놓인 시집 한권.~ 시간있을 때마다 보신답니다.~ 오호 우리 집안의 문학의 피?가 있나??

 

모든 사람은 혼자다.~ 보봐르가 그랬던가요? 맞지요??

 

 

뿌연 날씨만큼이나 내 마음도 그렇습니다.~ㅠㅠㅠ

 

강은교 시인의 기적이라는 시 한 편 올립니다.

 

기적/강은교

 

그건 참 기적이야

산에게 기슭이 있다는 건

기슭에 오솔길이 있다는 건

전쟁통에도 나의 집이 무너지지 않닸다는 건

중병에도 나의 피는 결코 마르지 않았으며

햇빛은 나의 창을 끝내 떠나지 않았다는 건

내가 사랑하니

당신의 입술이 봄날처럼 열린다는 건

 

오늘 아침에도 나는 일어났다, 기적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