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인가요? 동네 병원에서 문자가 날아왔습니다.
"어르신 무료 독감 접종 시행중이니 내원해주세요".
어르신이라.~
어르신?
남이 그렇게 불러주니 엄청 생소하면서, 아니 꼭 그렇게 어르신이라는 단어밖에 없나? 불만이었습니다.
오래 전 일이긴 한데요, 교사로 퇴직한 둘째 형부가 전철안에서 그야말로 어르신이라고 생각되는 사람에게 자리를 양보했답니다. 그랬더니만 그 사람이 무슨 소리냐? 어르신이 앉아야지요, 하면서 서로 양보를 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본인은 내가 늙었다구? 아닌데? 라고 생각한다는 겁니다.
친정 아버지와 어머니는 2년 정도 차이가 납니다.
30여년 전에 아버지의 환갑 잔치를 했어요. 환갑 잔치의 메카인 신흥각에서.~ 어머님 은혜도 부르고 촌스러운 한복도 맞춰입고 머리도 올리고, 노래도 부르라고 해서 노래도 부르고, 우리 취향은 정말 아닌데 그 당시에는 정서가 그랬던 모양입니다.
그랬었는데.~
바로 뒤미처서 엄마의 환갑이 돌아온 겁니다.
우리들은 모두 반대했어요. 아이구 그런 걸 또 한다구요? 다른 방법으로 하면 안되나요??
아버지가 강력하게 내가 해줄거야.~ 엄마가 골골하면서 평생을 살았으니 여태까지 산 걸 축하하고 싶다. 뭐 이런 요지였다고 기억을 합니다.
그래서 또.~~ 했습니다.
그랬는데.~ 뜻밖의 반전은 그 얌전하시던 엄마께서 입장할 때 손도 흔들며 들어가시고 제법 흥이 나셨다는 겁니다.
끝까지 반대했더라면 큰 일 날 뻔 했어요.
그 나이보다 더 많은 나이가 된 나,
이성적으로는 알겠는데 감성적에서는 확실하게 받아들여지지가 않습니다
내가 늙었다구? 어르신이라구?? 그래서 독감도 나라에서 공짜로 맞춰준다고? 앞으로는 전철도 공짜로 타는 나이에 도달할 겁니다.
평균 수명이 100세라고 생각했을 때.~ 나는 과연 어디까지 왔을까.~ 하는 계산법이 나와있습니다.
0.24 에 현재 나이를 곱하면? 얼추 인생 시계가 몇 시쯤인지 알 수가 있답니다.
하루는 24시간이어서 0.24를 곱하나봅니다. 계산해보면.~~
나? 오후 15시
이대표 오전 8시
제일 큰언니는 오후 18시
시어머님 오후 22시
그러니까 나는 인생의 절정?이라는 정오 12시는 이미 이미 지났고 오후 3시정도.~~석양이 오기 전의 시간대로군요.
얼추 맞는 것 같아서.~ 인정합니다.
하루종일 맑아서 이불까지 널었건만 갑자기 어두컴컴해지더니만 우르릉 우르릉.~~ 소나기가 내리려나봅니다.
부랴 부랴 이불을 걷고 파라솔을 접었어요.
아침에도 나와 눈인사를 하던 내 얼굴만한 노란백합이 세찬 소나기에 이리 저리 흔들리고 있습니다.
아. 어째.ㅠㅠ
그 자리에 딱 서서 그대로 살아야만 하는 운명.~ 움직일 수 없으니 얼마나 답답할까요?
어떻게 해줄 수 있는 방법이 없어서 애처로운 눈으로 바라보고만 있습니다.
이겨라! 이겨라! 이 세찬 바람에도 이 세찬 빗줄기에도.~~
세상을 살다보면 이렇게 바라볼 수 밖에 없는 일들이 생기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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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하니?
친구의 전화입니다.
나? 10월말까지 손주들을 봐야한다.~ 엄마?? 나보다 더 건강하셔.~
골프광인 이 친구가 사우나광인 이 친구가, 어느 정도는 젊을 때 놀다가 후회없이 가야겠다며 좋은 직장을 때려치운 이 친구가.~
갇혀서 손주를 둘이나 보고있으니 미칠 지경이랍니다. 거기에 코로나까지.~~
너무 착하게 살면 안되는 것 같은데 어찌 어찌 하다가보니 그렇게 되었다. 나는 은혜는 갚아야한다고 생각하는 기본적인 사람이고, 우리 엄마가 내 아이들을 거의 다 키워주셨잖아. 그러니 내가 갚을 차례이긴한데, 병원에서 어찌나 위급하다고 해서, 잠깐만 모신다는 것이 벌써 몇 3년이나 되었다구.~~올케들이 얄밉네.~ 갑자기 직장을 다닌다는 통보를 해왔다니까.~.~
내 남동생들이 ?? 등신이지 뭐.~ 이것 저것 힘드네. ㅠ
우리 시어머님?
은빛 봉사대니 뭐니 해서 건강하신데.~ 은근히 불만이신것 같아.~ 내가 친정엄마를 모시는 것에 대해서는.~
그냥 무시하고 있어.~ㅎ
그러니까 요지는 언제 서울에 올 건데?입니다.
여름에는 양평이 집이라니까.~ 아파트가 세컨이고.~~ 몰라 몰라 , 그냥 어서 좀 와라. 커피마시게. ㅎㅎ
우리가 24시간중에서 오후 3시를 지나고 있는 중이라며?? 그런 빨리 빨리 놀아야하는 거 아니니?
어둠이 오기 전에 말이지.~ 어둠이 오려면 아직이얌. 석양도 아직이니까.~하하
동창 회비도 많이 모아져서 써야하는데. 언제 쓴다니.~~ 이 친구가 재무 담당입니다.
코로나가 지나가면 남프랑스로 여행가자구.~ 리스 해변도 걷고 칸 영화제가 열리는 칸에도 가보고 이비뇽도 가자.~
오마나 오마나 듣기만 해도 가슴이 벌렁 벌렁일세.~~
언제나 그럴 수 있을까? 이놈의 코로나.~ 내가 지금 코로나때문에 손주들을 보는 거잖아. 단체 생활하는곳에 보낼 수 없다는 것이 내 아들의 지론이야.~
또또 희망을 가지고, 오후 3시의 친구야.~ㅎㅎ 남프랑스로 가는 그 날이 올 때까지 잘 지내시오.~
이상.~ 끝.~~
오후 3시를 지나간다는 향이정원의 넋두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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