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이야기

신록/서정주

청포도58 2024. 4. 19. 20:50

 


신록/서정주

어이 할꺼나

아~ 나는 사랑을 가졌어라

남몰래 혼자서 사랑을 가졌어라!

 

천지엔 이미 꽃잎이 지고

새로운 녹음이 다시 돋아나

또한번 날 에워싸는데

 

못견디게 서러운 몸짓을 하며

붉은 꽃잎은 떨어져 내려

펄펄펄 펄펄펄 떨여져 내려

 

신라 가시내의 숨결과 같은

신라 가시내의 머리털 같은

 

풀밭에 바람 속에 떨어져 내려

올해도 내 앞에 흩날리는데

부르르 덜며 흩날리는데...

 

아, 나는 사랑을 가졌어라

꾀고리처럼 울지도 못할

기찬 사랑을 혼자 가쟜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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