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지 않아도 깜찍이의 소식이 궁금하던 차에, 어제 퇴근을 하던 호야리씨가 윗 동네에서 깜찍이를 봤다며 이제는 그 쪽에서 둥지를 틀었나봐.~ 하더라구요.
영역 싸움에서 진 듯 합니다. 네로에게, 달록이에게.~
동네에서는 살고 있다니 다행이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어쩌다가 아주 어쩌다가 스윽 나타나서 밥을 먹긴먹는데 얼마나 눈치를 보며 먹는지 딱했었거든요.
여기 엄마 빽이 있으니 천천히 먹으라고 해도 허겁지겁 먹고 잽싸게 도망을 갑니다.
그런데 오늘 차 한잔 마시려고 주방엘 갔는데 밖에 깜찍이가 있더라구요.
아이구.~ 우리 깜찍이가 왔네? 배고파서?? 왔어??? 얼른 사료를 한공기 퍼서 줬습니다.
어서 먹어.~ 먹지는 않고.~~가만히 눈치를 봅니다.
어디선가 끄르륵끄르륵 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뭐지?
요즘 달록이가 새끼 한마리를 데리고 다니는데, 그 애기 고양이가 겁도 없이 덤비는 것 같았어요.
여기는 우리 구역인데? 그러는 것 같았어요.
뭐라? 조그만 것이 어딜 덤비는 거야. 나는 여기 옛날 주인이라구. 나는 담비하고 싸워서도 이긴 적도 있다구.~
덩치가 큰 깜찍이와 애기 고양이가 어울리지도 않게 대치를 합니다.
쫓기고 쫓고, 그러다가 나무 위로 피신을 했다가 또 쫑이 예전 집으로도 숨고, 너무 치열합니다.
어찌나 으르렁대며 치열하게 싸우는지 소름이 확 끼칠 정도입니다.
어쩌나, 호야리씨도 없는데.~ㅠ
가만히 지켜보니 일방적으로 밀리는 것은 애기 고양이이고, 쫓는 것은 깜찍이입니다. 인정사정이 없어요.
저러다가 죽을 것 같습니다.
긴 막대기를 찾아서 깜찍이에게 겁을 줬어요.~
저리 가라구 깜찍아, 왜 싸우냐구, 그리고 새끼인데 너도 엄마면서 어째서 그러는 거냐? 저리 가 저리 가. 그렇게 싸우려면 절대 오지말라구.~
막대기를 휘두르니 그제서야 도망을 갔습니다.
아무래도 새끼 고양이가 온전할 것 같지 않은데, 걱정입니다. 어딘가 물렸을 것이 분명합니다.
새끼치고는 호기심도 대단하고 겁도 없어서 혼자 살아남은 것 같더니만 결국 일을 냈나봅니다.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더니 딱 그 짝이네요
상처 정도로 끝이 났기를 바라고, 혹시, 크게 다친 것은 아니겠지요?
숲 속의 동물들도 평화롭지만은 않네요.
영역 싸움에 ,먹이 싸움에,
얼마 전에 기사를 보니 야생고양이가 숲 속의 새들을 잡아먹어서 생태계를 교란시킨다는 가슴 아픈 소식이 들리더군요.
새들도 가엾고, 또 먹이가 없는 고양이들도 가엾고, 숲 속도 평화롭지가 않습니다.
족보로 따지면 깜찍이의 새끼는 달록이이고, 달록이의 새끼는 지금 그 애기 고양이인데, 그렇다면 깜직이와 애기 고양이는 할머니와 손주?
일단 밥을 주는 것을 중단해볼까 생각중입니다.
야생에서 알아서 먹어야하는 것을 돕는답시고 내가 망치는 것은 아닐까? 자생력이 있어야 오래 살아 남는 것인데.~
그걸 방해하는 것은 아닌지? 혼란스럽습니다.
아침부터 와서 오똑 앉아서 하염없이 나를 기다리는 것을 과연 내가 외면할 수 있을까요?
아아아 갑자기 서울에 가고 싶습니다.
더 추워지기 전에 살아남은 법을 어서 어서 익히라구.~~ 아주 아주 배가 고플 때만 오는 걸 나는 바란단 말이지.~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어찌해야 됩니까??
이상 향이정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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