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친구의 서프라이즈"

청포도58 2020. 4. 11. 12:32



어제 저녁 무렵, 해가 뉘엿뉘엿 넘어갈 무렵인데 갑자기 나타난 친구.~

아파트 주차장까지 왔다며 현관 콜이 왔습니다.

서프라이즈, 짜~잔..~~고기먹으러 가자.~~


날도 어둑어둑해지는데 뭘 나가냐구, 호야리씨도 없으니 집으로 들어와라.~ 고기도 있어.~~

아니구 잠깐 나가서 먹고 들어오자구, 드라이브도 하구.~


코로나 이후에 딱 한가지 좋은점은 마스크를 쓰기때문에 화장이 필요없다는 것.~

여태까지 살면서 밖에 나갈 때 맨 얼굴도 나가본 적은 없습니다. 얼굴에 점을 뺏을 때 외에는~~

ㅎ ㅎ.~~누가 들으면 풀 메이컵인줄 알겠지만 그것은 아니구요, 5분만에 하는 화장입니다. 슬~~쩍만 발라주는.~


이번에는 5분도 아니구요, 1~2분만에 선크림만  발라주고 마스크를 착용하고 빛의 속도로 내려갑니다.


아직 사회 거리두기 기간이 안끝났잖아.우리라도 돌아다니지말자구..지킬 것은 지켜야쥐.~

우리 나이에 영양이 부족한 것도 아닐 테니 드라이브 스루가 되는 햄버거로 하자구.~

싫답니다.~ 그래?? 가자 가자 가자구.~~ 갔습니다.


먹고싶었구랴..잘먹으니 좋네.~~

사실 이 친구는 언제나 잘 먹어요.

그래서인지 모든 면에서 적극적입니다.~


뒷 담화할 게 생겼니? 할 말이 있구만.~~ 해보라구..ㅎ

너무 정통으로 찔렀나???..싫여 김빠져서 안할래.~~ 내가 맞춰봐?? @#$%^&*&^%$^&_ 이거 맞지??

귀신이구만.~~

하지 말라구.~ 안하는 게 좋아..답도 없잖아.~


오래 전부터 갈등 관계?인 모임의 친구와 해소되지 않은 찌꺼기를 얘기하고 싶었나봅니다.

절대 해소가 안된다구.~ 괜히 헤집어놓지 않는 게 좋아.~~

친구가 여러명이니 더 친한 친구도 있고 아닌 친구도 있고..그냥 그렇게 정리를 해보는 것은 어떠니.~


친구 관계도 그렇고 종교도 그렇고, 홀라당 빠져서 외곬수가 되는 것을 나는 경계합니다.




시 한편 올립니다.


무심(無心)에 대하여/허형만


무심하다고 전화가 왔습니다.

뜬금없이 사십 년간 소식을 몰랐던 대학 동창이

자기도 무심했지만 절더러  더 무심하다고 했습니다

닫혀진 인연이 다시 열린다는 건 분명 전율입니다.

지금 열려 있는 인연들도 언젠가는 모두 닫혀질 터이지만

세상에, 사십 년 전 그 친구

육십의 고개를 넘어와 어느 풀밭에서 쉬다가

어쩌자고 문득 제 생각이 났을까요

어쩌다가 사십 년 간 쳐 둔 마음의 빗장이 열렸을까요

그 친구와 통화를 끝내고 곰곰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늙어간다는 것은 고독해진다는 것이리라

고독해진다는 것은 마음의 빗장 앞에서 서성이는 것이리라

날은 흐리고 왠지 서글퍼졌습니다

잊혀졌던 시간들이 일제히 튀어 오르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나는 압니다, 불현듯이 친구가 찾아 온 것은 내 편이 되어줘.~~였을 겁니다.

맛있는 고기도 먹고 커피도 마시고, 윤중로의 벚꽃이 후드득 떨어지는 것도 보고 갔으니 이제 좀 괜찮아졌겠지.~


잘 지내자..모두 모두..~~^^

이상.......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