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배리 파란대문집의 백일홍밭입니다. 색색의 그리움인가요? 그리움의 빛깔도 다 각각일 터, 지나고 나면 모든 것이 다 아름답다고 생각합니다.)
이 색색의 그리움 어이할까/이명옥
저 붉디붉은 정열은
하늘을 물들이고
바다를 일으킨다
때로는 숨 가쁜 격정과
때로는 차분한 고요로
해종일 빛나는 태양
부드러운 적보라, 서늘한 청회색
말간 노랑, 따사한 주황
빛의 일렁임에
침묵의 바다가 일어나
가파른 태양을 품는다
순간, 숨이 멎는다
한숨같은 탄성이
셔텨 소리에 섞인다
저 노을,
굴곡진 내 속 뜰에 내리니
네 어깨에도 내릴까
너에게 기대고 싶은 속마음
슬몃 치잣빛 그리움으로 번진다
시향(詩香)/글/송병호/시인/평론가
그리움, 그 은밀한 이야기, 세상 어디서 나를 기다리고 있을 지도 모를 신비로운 문장을 캐내기 위해 시인은 색을 접목 상상의 나래를 편다. 때로는 뚝딱하는 사이 그럴싸한 작품이 생산되기도 하지만 어느 때는 한 문장에 몇 시간은 소비할 때가 있다.
"바라봄이다". 시인은 노을 하나로 여섯 가지 색색의 그리움을 첫사랑 기억처럼 그려간다.
각각의 의미가 어떤 색깔의 사랑으로 연관되었는지는 굳이 따질 이유가 없다. 시인이 바라다본 색은 그야말오 '어이할 줄 모를 그리움'이기 때문이다. 시인은 자기 시계에 충실하려는 서정이 미덥다. 시는 운명이고 운명은 한계라는 말이 있다.
시인은 한숨으로 탄성으로 한계를 넘나든다. 하여도 시인의 '치잣빛' 그리움은 어떤 빛의 색일까? 사뭇 궁금하다.
하얗거나 샛노란, 필경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은, 노을 비낀 황혼에 번지는 그런 첫사랑의 빛처럼 곱거나 까맣도록 아픈 색깔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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