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이야기

여전히 남아 있는 야생의 습관/이병률

청포도58 2021. 8. 9. 12:49

여전히 남아있는 야생의 습관/이병률

 

서너 달에 한 번쯤 잠시 거처를 옮겼다가 다시 되돌아오는 습관을 버거워하면 안된다

 

서너 달에 한 번쯤, 한 세시간쯤 시간을 내어 버스를 타고 시흥이나 의정부 같은 곳으로

짬뽕 한 그릇 먹으로 가는 시간을 미루면 안된다

 

죽을 것 같은 세 시간쯤을 잘라낸 시간의 뭉치에다 자신의 끝을 찢어 묶어두려면 한 대

접의 붉은 물을 흘려야 하는 운명을 모른 체하면 안된다

 

자신이 먹는것이 짬봉이 아니라 몰입이라는 사실도, 짬봉 한 그릇으로 배를 부르게 하

려는 게 아니라 자신을 타이르는 중이라는 사실까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