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이야기

세월이 가는 소리/오광수

청포도58 2021. 6. 28. 17:51

(공원의 한적한 시간입니다. 아무리 더운 날씨여도 나무 그늘 속은 서늘하구요, 여름꽃이 한창인 오솔길은 아무리 걸어도 고단하지 않습니다.)

 

 

 

세월이 가는 소리/오광수

 

싱싱한 고래 한 마리 같던 청춘이

잠시였다는 걸 아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서른 지나 마흔 쉰살까지

가는 여정이 무척 길 줄 알았지만

그저 찰나일 뿐이라는 게 살아본 사람들의 얘기다

 

정말 쉰살이 되면 아무 것도

잡을 것 없이 생이 가벼워질까

쉰 살이 넘은 어느 작가가 그랬다

 

마치 기차 레일이 덜컹거리고 흘러가듯이

세월이 가는 소리가 들린다고

요즘 문득 깨어난 새벽,

나에게도 세월가는 소리가 들린다

 

기적소리를 내면서 멀어져 가는 기차처럼

설핏 잠든 밤에도 세월이 마구 흘어간다

사람들이 청승맞게 꿇어앉아 기도하는

마음을 알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