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설 명절에 웬일인지 시작은아버님 내외분이 참석하지 않으셨어요..
고부랑깽깽 할머니가 되어버린 시작은어머니는..아이구 창피해..이렇게 늙어버렸네...하면서도 얼굴을 보여주셨는데...몇 달 전에 병원에 입원과 퇴원을 하시다가 이제는 정말로 못오셨습니다..
들어보니 그동안 병원에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시고..기운이 딸려서 더 이상은 큰집엔 못가겠다....며 집에 계셨다고 합니다..
이 세상에 공짜는 없잖아요........ㅋ
호야리가 학교에 다닐 때 이천에서 올라와서 이 집에서도 다년간 신세를 진 전력이 있고 호야리뿐 아니라 둘째 형님도 함께 얹혀???서 학교엘 다녔다고 하니 어쩌면 시어머님보다 더 어린날들을 기억을 하시는 시작은어머니이십니다..
호야리보다도 더 많이 신세를 졌다는 둘째 아주버님은 공공연하게 나의 부모님은 시골에 계신 시부모님이 아니라 이 분들이시다...라고 말씀을 하십니다.
물론 시부모님이 계셨기에 아들들이 생겼을테고 비빌 언덕이었으니 어쨌든 대학교도 간 것일테지만(이것만은 부인 안하겠으나).사실인즉슨 그냥 이천에서 올라와서 스스로 알아서들 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입학금이야 마련해주셨지만 거의 장학금으로 다녔고 생활비는 아예 주지도 않으셨으니 주변의 친척들에게 어찌 어찌 빌붙어??? 살았다고 해요.
요즘이야 그런 것이 이상하지만 예전에는 그런 생활이 많았어요.
이런 이유로 호야리는 친척 어르신을 만나면 지갑을 열고 삽니다.그런 걸 아는 나로써는 없으면 모를까 그 정도는 드릴 것이 있으니 마음대로 하시게 하며 내버려둡니다...
이 시작은아버지도 수년 전에 홀딱?? 망해서지금 있는 집으로 들어가실때 보조를 해드린 바 있어요..
마음은 한없이 좋으신분이지만 생활력은 평생 없으셨어요..
네비를 찍고 근처에 가서 파킹을 하려고 하는데 벌써 창문에서 손을 흔드십니다..
시작은어머니는 등을 당바닥에 붙일 정도로 굽은 허리를 가지고 마중을 나오셨어요.
눈물 많은 호야리가..눈물을 쏟아냅니다..
그동안 얼굴이 너무 많이 변해서 놀랬나 봅니다.....틀니때문에....틀니를 몽당 뽑고 계시니 쭈그러들었고..부었고...이 참 저 참...많이 늙으신 건 사실입니다..
처음 가 본 집은..연립이라는데 아주 엉성합니다.
근처에 네 명의 딸들이 살아서 돌아가며 돌봐 드리니 다행입니다..
세,상.에.나...
안방엘 들어가니 어쩌면 화초를 그렇게 잘 가꾸어 놓으셨을까요???
기린초가 앙징맞게 꽃들을 매달고 있고 난초들의 이파리가 반짝 반짝합니다.
주방은 나보다도 더 깔끔하게 정리가 되어 있었어요.
방바닥은 정갈합니다..
화장실도 반짝 반짝합니다.
나는 어여 가고 싶은데 하느님이 불러주시질 않네??
계속 넋두리를 하십니다.
불러주실 때까지는 잘 지키면서 사시라고 호야리가 조근조근 대꾸를 합니다..
뵙고 오니 밀린 숙제를 한 것 같기는 한데 마음 한 켠은 무겁습니다.
노년이 더 행복해야 할텐데~모두가 다함께 늙어가면서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 날이었습니다.
모두 모두에게 평화를 주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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