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이야기

절대고독(絶對孤獨)/김현승

청포도58 2013. 11. 22. 06:08

 

 

 

절대고독(絶對孤獨)/김현승

 

 

나는 이제야 내가 생각하던

영원의 먼 끝을 만지게 되었다

그 끝에서 나는 하품을 하고

비로소 나의 오랜 잠을 깬다

 

내가 만지는 손 끝에서

아름다운 별들은 흩어져 빛을 잃지만

내가 만지는 손 끝에서

나는 무엇인가 내게로 더 가까이 다가오는

따스한 체온을 느낀다

 

그 체온으로 내게서 끝나는 영원의 먼 끝을

나는 혼자서 내 가슴에 품어준다

나는 내 눈으로 이제는 그것들을 바라본다

 

그 끝에서 나의 언어들을 바람에 날려 보내며

꿈으로 고이 안을 받친 내 언어의 날개들을

이제는 티끌처럼 날려 보낸다

 

나는 내게서 끝나는

무한의 눈물겨운 끝을

내 주름 잡힌 손으로 어루만지며, 어루만지며,

더 나아갈 수 없는 그 끝에서

드디어 입을 다문다- 나의 시(詩)는.

'문학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바람의 말 " / 마종기  (0) 2013.11.29
"별처럼 빛나는 인생"/이진우  (0) 2013.11.26
"귀천" / 천상병  (0) 2013.11.18
늙은 비의 노래/마종기  (0) 2013.11.10
침묵 /유승도  (0) 2013.1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