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팀목에 대하여/복효근
태풍에 쓰러진 나무를 고쳐 심고
각목으로 버팀목을 세웠습니다
산 나무가 죽은 나무에 기대어 섰습니다
그렇듯 얼마간 죽음에 빚진 채 삶은
싹이 트고 다시
잔뿌리를 내립니다
꽃을 피우고 꽃잎 몇 개
뿌려주기도 하지만
버팀목은 이윽고 삭아 없어지고
큰바람 불어와도 나무는 눕지 않습니다
이제는
사라진 것이 나무를 버티고 있기 때문입니다
내가 허위허위 길 가다가
만져보면 죽은 아버지가 버팀목으로 만져지고
사라진 이웃들도 만져집니다
언젠가 누군가의 버팀목이 되기 위해
나는 싹틔우고 꽃피우며
살아가는지도 모릅니다
'문학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의 자유는 너다/김재진 (0) | 2020.06.27 |
---|---|
내 나이를 사랑한다/신달자 (0) | 2020.06.27 |
봄밤/천양희 (0) | 2020.06.25 |
웃음의 힘/반칠환 (0) | 2020.06.23 |
시작/공광규 (0) | 2020.06.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