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이야기

공부/김사인.~ 3월.~~광화문 교보문고 현판의 詩입니다.

청포도58 2022. 3. 14. 15:59

 

 

공부/김사인

 

'다 공부지요'라고

말하고 나면 참 좋습니다

 

어머님 떠나시는 일

남아 배웅하는 일

'우리 어매 마지막 큰 공부하고 계십니다'

말하고 나면 나는

앉은뱅이책상 앞에 무릎 꿇은 착한 소년입니다

 

어디선가 크고 두터운 손이 와서

애쓴다고 머리 쓰다듬어 주실 것 같습니다.

눈만 내리깐 채

숫기 없는 나는

아무 말 못하겠지요만

속으로는 고맙고도 서러워

눈물 핑 돌겠지요만

 

날이 저무는 일

비 오시는 일

바람 부는 일

갈잎 지고 새음 돌듯

누군가 가고 또 누군가 오는 일

때때로 그 곁에 골똘히 지켜 섯기도 하는 일

 

 

'다 공부지요' 말하고 나면 좀 견딜만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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