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이야기

윤슬/맹문재........서울문학인대회 기념 문집에서

청포도58 2016. 8. 31. 14:43


윤슬/맹문재

'윤슬'을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니 '햇빛이나 달빛에 비치어 반짝이는 잔물결'이라고 되어 있다.
어느덧 이 단어는 국어사전에 나올 정도로 많이 알려져 있다. 시인들의 시작품에서도 발견된다.
내가 이 말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어떤 글에서였다. 그 글의 제목과 내용을 아쉽게도 떠올릴 수 없는데, 한 세대 이전에 간행된 것으로 보이는 책에 실린 것은 확실하다.
나는 글을 읽다가 윤슬이라는 단어를 발견한 순간, 나도 모르게 응얼거렸다. 윤슬, 윤슬..입 안이 붇럽고 따뜻하게 ㄴ겨졌고 말에도 향기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하여 진작에 알았더라면 내가 지극히 사랑하는 딸의 이름으러 썼을 걸 하는 아쉬움까지 가졌다.
나는 윤슬의 이말을  좀 더 찾아보려고 국어사전을 뒤졌는데 뜻밖에도 수록되어 있지 않았다. 믿을 수 없어 다른 사전도 찾아보았지만 역시 마찬가지였다. 우리나라의 국어 사전이 얼마나 허술한지 여실히 알게 되었다. 그리하여 다른시인들의 작품에서 본 적이 없는 이 말을 제대로 활용한 시를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해 대천 해수욕장에 간 적이 있다.
함께 시를 공부하는 학우들과 바람을 쏘이러 간 것이다. 그리하여 그 곳에서 술도 마시고 앞날에대한 얘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공부를 하고 시를 써도 대학에 취직하기가 쉽지 않은 현실의 답답함을 잠시나마 풀어보려고 했으리라. 그리고 바다를 바라보다가 햇빛에 반짝이는 윤슬을 발견했다.
"아주 잠깐이었지만
대천 앞바다에서 윤슬을 바라보다가 깨달은 일은
아름답게 죽는 것이엇다
소란하되 소란하지 않고
황홀하되 황홀하지 않고
윤슬이 사는 생애란 눈 깜짝할 사이만큼 짧은 것이지만
그 사이에 반짝이는 힘은
늙은 벌레가 되어가는 나를 번개처럼 때렸다
바람에 팔락이는 나뭇잎처럼
비늘 조각 하나 남기지 않고 사라지는 윤슬의 얼굴
너무 장엄해
나는 눈을 감을 수 없었다
아주 잠깐이었지만
대천 앞바다에 서 윤슬을 바라보다가 깨달은 일은
아름답게사는 것이었다."("아름다운 얼굴 "전문)

우주적인 차원에서 보면 내가 살아가는 생앨란 눈 깜작할 사이만큼 찖은 것이리라.
다라서 오래 사는 것보다 윤슬처럼 찬란하게 사는 것이 의미 있으리라.
나는 윤슬처럼 반짝이다가 지고 싶었다. 아름답게살고 아름답게 죽고 싶었다.그리하여나는 만나는 시간과 인연들에 좀 더 집중하기로 결심했다. 순간 순간을 영원히 살고자 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