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나의 세상보기

한국가톨릭문인회 지도 신부님의 격려사.~

청포도58 2024. 1. 25. 13:03

 


지난 20일 2024년 정기 총회 및 신년축복미사에서의 강론이 실려서 옮겨봅니다.

 
"이제까지의 나와 작별해야만 한다"/지도 신부 김산춘 사도 요한
 
일본 정토진종(정토진종의 개조 신란(1173-1262)스님의 말입니다.
절에서는 출가하는 사람에게 속세에서의 일은 묻지 않는다고 합니다.
중요한 것은 이제까지의 나가 아니라 이제부터의 나이기 때문입니다.
창세기 19장에 나오는 롯의 아내가 생각납니다. 그녀는 뒤를 돌아보아서는 안된다는 천사의 말을 무시하고 뒤를 돌아다보다 소금 기둥이 되어버렸습니다. 예수께서도 "쟁기를 잡고 뒤를 돌아보는 사람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자격이 없다"(루카 9,62)고 하셨습니다. 뒤를 돌아다본다는 것은 자기의 발목에 올가미를 만들어 거는 일입니다.
성 바오로도 "나는 내 뒤에 있는 것은 잊어버리고 앞에 있는 것을 향하여 내달리고 있습니다"(필리 3, 13)라고 말합니다.
여기서 사용되고 있는 동사는 "앞으로 쭉 내뻗다'라는 뜻의 epekteinomai(stretching forward to)인데 이는 epi + ek 이란 두 접두사로 이루어진 동사입니다.
epi는 소유를, ek은 이탈을 뜻하므로 붙잡기는 하지만 곧 벗어난다는 뜻입니다. 동방 교뷰 니싸의 그레고리오스의 사상에 정통한 예수회의 교부학자 장 다니엘루는 이 동사로부터 epektasis라는 동사형을 만들어 냄으로써 그레고리오스 사상의 핵심을 '부단한 전진'이라는 단 한마디로 요약하였습니다.
작별은 끝이 아닙니다. 그것은 미지의 세계로의 부단한 전진입니다.
 
부재의 짙은 향기
 
에도 후기의 가인인 료칸(1758-1831)스님은 평생 절을 지니지 않았습니다.
때대로 탁발하러 다니고 아이들과 놀고 농민들과 함께 술를 마시고 와카를 읊고 서도를 즐기는 자유 무욕의 삶을 살았습니다. 중답지 않게 자연의 아들로써 일생을 보냈습니다. 만뇨풍의 그의 와카와 서풍은 천의무봉하다는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하루는 만년의 문제 정심 비구니가 찾아왔으나 스님이 외출중이어서 만나지 못했습니다.  정심은 아쉬운 마음에 연꽃 한 송이를 스님 방에 두고 돌아갔습니다. 나중에 외출에서 돌아온 스님은 꽃향기를 맡으며 정심의 현존을 깊이 느꼈습니다.
실로 현존보다 더 짙은 부재의 향기였습니다.
사실 많은 영성가들이 하느님의 현존을 느끼는 곳은 하느님이 안 계신 자리입니다.
하느님이 계시지 않기에 그 분을 찾아나서고 , 보이지 않기에 그 분을 더욱 더 그리워합니다. 부재가 길어질수록 그리움은 쌓여만 갑니다. 구약의 아가는 이 부재의 미학을 가장 잘 표현한 작품입니다. '너는 존재한다, 그러므로 사라질 것이다' 너는 사라진다. 그러므로 아름답다'(심보르스카, '두번은 없다)
 
회원 여러분, 지나간 일은 후회하지 마시고, 다가올 일은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다만 언제나 기뻐하십시오, 끓임없이 기도하십시오, 모든 일에 감사하십시오. 이것이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살아가는 여러분에게 바라시는 하느님의 뜻입니다(1데살 5, 16-18)
 
 

 
매해 발행되는 한국가톨릭문인협회 수첩입니다.
내 사진도 언제나 수록되어있습니다만.~ 본회의 목적인 상호간에 친교를 도모하고 가톨릭 정신을 작품에 구현하며 문학을 통한 영성 수련과 사회 봉사에 기여하라는 목적에는 한없이 부족한 회원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교평리에 가서 안정이 되면 진지한 노력을 기울여볼 생각입니다.


친구 시인입니다.
언제나 노력하는 시인으로써 본받을 것이 많은 친구입니다.
자랑스러워서 올려봅니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