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어머니가 말려서 주신 꽃씨.~꽃씨.~언젠가는.~아련한 그리움으로 남을 테지요.

청포도58 2022. 11. 13. 15:27

 

꿋꿋한 장군같으셨던 농부이신 어머니가 이제는 많이 약해지셨습니다.

특히 귀가 잘 안들리다보니 보청기없이는 대화가 가능하지 않구요.~ 우리가 가면 부랴 부랴 보청기를 찾아 귀에 끼시는데.~ 

워낙에 적극적이신 어머님이시건만.~ 이 것 저 것 모든 것이 힘들어지셨습니다.

 

서리가 내리기 전에 에미 주려고 받아놓은 씨앗이야. 가을에 심어도 되는 것도 있으니 땅이 얼기 전에 심어 놓고  나머지는 내년 봄에 심어라.

 

이런 당부를 언제까지 들을 수 있을까요?

나중에는 이 천일홍을 보면 어머니가 생각이 날 겁니다. 어머니  꽃밭에는 천일홍이 가장 많았구요.~ 분꽃, 홑패랭이,나팔꽃,과꽃, 맨드라미,해당화, 함박꽃이 피고 지고를 반복했더랬어요.

 

이 천일홍은 드라이플라워로도 사용합니다.

 

이 분꽃씨는 내가 언젠가 가져다 드린 걸로 알고 있습니다.~ㅎ

나 역시 양평 뜰에서 엄청 많이 받아놓았는데.~ 어머니가 또 주시네요.~주시는 것은 무조건 받아옵니다.

 

사실 꽃씨를 받아서 나눔을 한다는 것이 사실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사랑과 애정이 있어야 해요.

 

 

생전에  친정 엄마가 아파트 뜰에서  노인회관앞에서 하나 하나 받아오신 꽃씨들이 향이정원을 밝혔구요.~ 또 시어머님이 꽃을 좋아하는 며느리에게 주신 씨앗들도 함께 불을 밝혔더랬어요.

또 친구들이 꽃씨를 보면 그냥 지나치지 않고 모았다가 주니 모두모두 고마운 일입니다.

 

언제나 함께 지내셨던 이웃분이 돌아가셨으니 어떤 마음이실까요?

조심스러워서 돌아가신 분의 이야기는 하지 않았는데.~ 먼저 이야기를 꺼내십니다.

 

다리가 좀 아프셔서 그렇지 정신은 나보다도 더 훨씬 좋으신 어머니.~

그 사람이 어떠어떠했었다.~ 어디가 아프기 시작했고 요즘들어 피가 반 밖에 없다고 병원에서 말했단다. 미국 사는 딸이 왔을 때 상을 치루게 되었으니 다행이지 뭐니.~ 착한 사람이었다.

천국가셨을 겁니다. 아까 보니 성당에서 많이 오셔서 연도를 바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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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에 내가 꽃씨 줬지? 그러니까 이번이 두번째야.~그치? 

기억력은 변함이 없으십니다.

 

내가 앞으로 지금의 어머님 연세가 된다면? 아들들이 나와 호야리씨 나이가 되더라구요.

사실 딱히 실감이 나진 않지만 언젠가는 분명히 오겠지요.~

 

나이가 든다는 것.~ 늙어진다는 것.~

너무나 희망적이라고 할 수야 없지만.~ 잘 늙는다면? 또 딱히 절망적일 것도 없다고 생각하는 바입니다.

어차피 인생이잖아요.

 

어머니가 늙어지는 것이야 내가 막을 순 없지만.~ 아프시면서 늙어지지는 않기를 간절히 바래봅니다.

 

꽃씨를 오래도록 받아주세요.~~

 

이상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