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이야기

망각에 대한 위로/임보

청포도58 2024. 1. 22. 12:23

 


망각의 대한 위로/임보

나비나 벌은
그들이 좋아하는
한 종류의 꽃을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한평생 풍요롭게 잘 산다

이 부질없는 욕심이여
이미 남의 아내 된
지난날의 그 처녀이름 잊어 먹었다고
너무 안타까워 할 것 없다

삼국을 통일한 신라의 왕이 누군지 몰라도
아랍을 점령한 미국 대통령이 어느 놈인지 몰라도
내 인생 별 지장 없다
이 세상 잘 굴러만 간다

히말라야 계곡의 눈사태 나거나말거나
그것들 알아도 별 것 없고
그것들 몰라도 별것 아니다

사람이든 풀이든
일상의 이웃들 만나면 그저 반갑게
서로 미소 나누는 그것이 즐거운 삶!
잊지 않으려고 낑낑대며 무거워할 것 없다


........................................................................................................

둘레길을 산책하면서 하얀꽃을 달고 이리 저리 휘청이며 피었던 꽃이름이 서양등골나물이었어요.

흔한 이름이 아니어서 몇 번이나 외웠건만.~ 불현듯이 꽃이름을 불러보려고 했을 때는 절대 생각이 안나더라구요.

도대체 왜?? 벌써??

머리가 띵해지더군요.~

안되겠다.~ 메모장에 적어두어야지.~~ 서양등골나물.~ 서양등골나물.~~서양등골나물.~~

또 잊어버린다면 이건 분명히 문제가 있는 것이다.~ 속상했어요.

 

그렇게 적어두고나서야.~ 아무 때나 스스로에게 물었어요.

무슨 꽃이라구?

서양등골나물.~~

 

오늘 아침에 이 시를 읽으면서.~ 낑낑대며 무거워할 것 없다는 시인의 위로가 마음에 와닿네요.

맞네 맞아.~ 내가 기억을 하든 안하든.~그 꽃은 다시 필 것이고.~ 그게 내 인생의 무슨 지장이 있겠는가?

 

적당히 포기하면서 살아야하는 나이에 도달했나봅니다.~

 

안타까워하지도 말고 무거워하지도 말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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