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이야기

그리운 폭우/곽재구

청포도58 2022. 8. 3. 11:33

그리운 폭우/곽재구

 

어젠 참 많은 비가 왔습니다

강물이 불어 강폭이 두 배도 더 넓어졌습니다

내 낡은 나룻배는 금세라도 줄이 끓길 듯 흔들렸지요

 

그런데도 난 나룻배에 올라탔답니다

내 낡은 나룻배는 흙탕물 속으로 달렸습니다

 

아, 참 한 가지 빠뜨린 게 있습니다

내 나룻배의 뱃머리는 온통 칡꽃으로 뒤덮혀 있습니다.

폭우 속에서 나는 종일 꽃장식을 했답니다

 

날이 새면 내 낡은 나룻배는 어딘가에 닿아 있겠지요

당신을 향한 내 그리움의 지름길은 얼마나 멀고 또 험한지

 

사랑하는 이여

어느 하상(河上)엔가 칡꽃으로 뒤덮힌 한 나룻배가 얹혀 있거든

한 그리움의 폭우가 이 지상 어딘가에 있었노라

가만히 눈감아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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