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 이야기

해묵은 편지들을 태웠습니다.~ 미니멀 라이프.^^

청포도58 2021. 7. 10. 14:50

(백합의 계절입니다. 입을 꼭 다물고 있던 백합들이 하나 둘 피기 시작합니다. 첫 해에는 향이정원의 퀸으로 등극할 정도였으나 이제는 약간 빛을 잃은 듯 합니다. 사람을 비롯해서 모든 생물은 한창일 때가 있는 모양입니다. 그렇지만 아직도 예쁜 백합!!!!!~이라고 생각합니다.)

 

쨍하고 햇빛이 들다가 갑자기 어두워지더니 소나기가 내리기 시작합니다.

소나기 예보가 있었어요.

 

저번부터 없애야할 것들을 정리중인데, 이번에는 해묵은 편지들 차례입니다. 양평으로 가지고 와서 벽난로에서 태웠습니다.

 

연애 시절에 호야리씨와 주고 받은 편지가 수 백통 정도가 되구요, 입대해서 제대할 때까지 보낸 편지들인데 지금 하나 읽어보니 얼굴이 화끈거립니다.

그 때의 정서는 그랬었고, 수십 년이 지난 지금 읽어보니, 그야말로 연서입니다. ㅎ

 

지나간 것은 지나간대로..그냥 지나가거라.~ㅎ

너무 오래 시간이 흘러서인지 편지지도 변색되어 있었구요, 내가 만일 유명한 작가가 될 가능성이 있다면? 어쩌면 그대로 두었을 겁니다만.~ 아닌 것은 확실한 것이고, 약간의 미련을 과감히 버리고 또 태웠습니다.

마음 속에 남아있으면 되는 것이지.~ 증표는 없어도 됩니다.~ㅎ

 

그리고 아들들이 입대해서 군 생활을 할 때 보낸 편지와 받은 편지들도 엄청납니다.

두어 개씩만 남기고 다 태어버렸습니다.

친구가 보낸 편지들도 이제는 버려야 할 때.~ 자꾸 자꾸 버려야지요. 한 때는 편지를 주고받을 정도의 친구들도 어디선가 이따금씩 나를 떠올리겠지요. 내가 그렇듯이.~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폭우가 내립니다.

중미산 휴양림에서 캠핑하는 사림들에게 경보를 울리는지 사이렌 소리가 들리고 밖이 시끄럽네요.

 

나는 또 왜 아침부터 파라솔을 폈을까요?

지금은 나갈 수도 없어요. 이 바람에 또 날아갈 것인가? 날아가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호야리씨가 요즘 심혈을 기울이는 참깨밭으로 떨어질까봐 그게 걱정이네요.

 

요즘의 나는.~

예전같으면야 안맞는다싶어도 노력이라는 걸 해서 맞출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만 이제는 안맞는다싶으면 연연하지 않습니다.

살아보니 노력으로 되는 것이 있는가하면 그렇지 않는 것이 있더군요.

 

잘 맞고 편한 사람이 이제는 어느 정도 걸러졌다는 것이 나이를 어느 정도 먹은 사람들의 장점일 겁니다.

 

무섭게 내리치던 천둥이, 폭우가 멈췄다싶더니만 또다시 캄캄해지기 시작하네요.

코로나의 확산이? 다시 시작되는 요즘.~~ 2주일동안 잘 버텨서 정말 괜찮아지기를 너무나 바라고 있습니다.

이제 좀 그만.~~ stop s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