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토요일 오후, 시아버님께서 돌아가셨습니다.
전 날 밤까지도 어여 들어가서 자라고 입을 벙긋거리시더니만 이제는 그런 염려도 들을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언제부터인지 말소리가 들리질 않아서 입모양을 보고 반 정도는 알아듣고 반 정도는 눈치로 알아듣고..그랬습니다.
이틀은 그만그만 하시다가 하루는 또 안좋고..그런 날들의 반복이었습니다.
모두들 비상 사태로 몇 주를 보냈고, 간병인 이외의 가족들이 한 명씩 돌아가며 당번을 섰습니다.
든든이 결혼식 1주일 전에는 급박한 상황까지도 갔었고, 병원측에서도 결혼식이 있는 걸 알고는 혹시 있을 비상사태에 대비해서 인공심장박동기를 다는 걸 고려해보라고 했을 때..호야리씨도 나도 거부했어요.
달다가 혹시 안좋은 일이 생길 수도 있다는데 그렇게 할 수는 없으며 혹시 만의 하나 가장 안좋은 경우의 수가 생기더라도 자연스럽게 하겠다...서약했어요.. 내 아들 결혼식때문에 강제 장치를 쓴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그게 맞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서는 정말 조마조마한 날들이었습니다.
하루는 좋다에 환호했고 하루는 안좋다에 절망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고......... 다만 아버님과의 깊은 신뢰를 믿고 또 믿었습니다.
기운이 최저치로 내려왔을 때에도 정신이 잠깐 들으시면 며칠 남았니...를 반복하셔서 죄송한 마음과 고마운 마음이동시에 왔다갔다했습니다.
결국..시아버님의 굳센 정신력???으로 무사하셨고, 든든이의 결혼식을 마쳤습니다.
그동안 어찌나 가슴을 졸였는지 폐백을 마치고나서는 눈에 실핏줄이 탁 하고 터져서 토끼눈이 되어버렸답니다.
10여일이 지나서 든든이가 여행에서 돌아왔구요, 오자마자 할아버지를 만났습니다.
든든이가 신통했는지 얼굴을 쓰담쓰담까지 하셨습니다.
그리고 나서 사흘 뒤에 영면하셨으니 정말로 할아버지가 든든이를 배려한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아버님 고맙습니다.
이천 시댁 뒷동산에 있는 가족묘지입니다.
어찌나 가물었는지 땅이 푸석푸석하고 잔디는 고사상태더라구요.
물탱크가 와서 한없이 물을 뿌렸으나 역부족이었습니다.
비 소식이 없으니 정말 걱정입니다.
땅을 파는 인부가 줄을 제대로 못맞췄다며 호야리가 줄자를 들고 다시 재고 또 재고 하더니만 완성이 된 산소입니다.
정말로 더웠습니다.땅에서 열이 모락모락나는 것이 보이기도 했습니다.
탈진을 한 사람도 나왔구..의사인 조카가 응급 처치를 하고 여러가지 일들이 있었습니다만..오랜 시간 끝에 시아버님을 편안하게 모실 수 있게 되었습니다.
허무하다?? 그런 느낌보다는 실감이 안난다??? 가 맞는 표현일 겁니다.
시아버님의 영원한 안식을 빌었습니다.
이제는 천국에서 나의 아버지도 만나셨을 것이고 시할머니 시할아버지도 만나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저희들의 안부를 전하시느라 시끌 시끌하실 거라고 생각합니다..맞지요???
메마른 땅에서도 빨강색 접시꽃이 피었습니다. 시댁 마당입니다.
혼자가 되신 시어머님..어떤 생각을 하시고 계실까요??
장례를 마치고 오려는데 시어머님이 걱정이 됐는지 호야리씨게서 나섭니다.
엄마..혼자 계시는 것은 안좋으니 우리집으로 갔다가 삼우제날 모시고 오면 되니 그렇게 해요..합니다..
거의 모든 일을 의논하는 편인데..가끔식 있는 일이긴 했지만..이런 경우에는 의견을 그리 묻지 않습니다.
본인 생각 = 향이정원 생각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더군요..34년 부부애???의 결정판이옵니다...ㅎ
장례식은 성대했습니다.
추정으로는 1200명??? 1300명 정도가 다녀가신 듯 합니다....내일 가면 큰 형님께서 정리를 하신 결과를 말해주시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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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씁니다.
어제는 삼우제였습니다.
제사만 지내면 될 줄 알았더니만 동네분들께 식사 대접을 해야 한다는군요.
장례식에서도 한바탕 드신 걸로 아는데...?? 또??? 시골 풍습인가 봅니다.
날씨다 더우니 보쌈식으로 먹게??? 해달라고 했답니다..뭐를??? 돼지고기를.......
서울에서 큰형님께서 수육, 편육을 박스박스에다가 잔뜩 싣고 오셨고..어찌나 빨리 달려오셨는지 뜨끈뜨끈하더군요.
호상이라며 맛있는 것을 많이 내라고 했다던데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우왕좌왕하다가 고기와 술과 과일과 떡으로 마무리를 했습니다.수건을 하나씩 돌렸으며 마을회관으로, 정자가 있는 느티나무 그늘 아래로, 가족들이 모두 모여서 일일이 감사를 전했습니다.
마을회관 안에는 시아버님이 역사가 고스란히 있었습니다.
준공식때 백구두와 중절모를 쓰시고 테이프를 끓으시면서 환히 웃으시던 사진이, 야유회때 파안대소하시던 사진이..회장??의 포스가 보입니다.
이제는 뵐 수 없는 곳으로 가신 아버님.
점점 실감이 나고 있습니다.
그렇게도 검소하시더니만 통장이 우르르 나왔고 상자안에는 현금이 차곡차곡 모아져 있었습니다.
가장 많이 보인 봉투는 단연 향이정원이로군요.
시부모님..이라고 쓴 글씨체...모두 있는 자리에서 시숙이 말씀하시더군요..제수씨 1등...입니다.
딱히 못했다..라고 생각되는 부분은 별로 없구요..또 딱히 잘했다라는 것도 별로 없습니다.
그냥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을 뿐입니다.
워낙 정리해야 할 양이 많아서 부의금 정리는 아직 못하셨다고 합니다. 4분의 1 정도만 하셨고 나머지는 우리보고
하라는 것을 사양했어요..돈 세고 만지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둘쨰 시숙에게 넘어갔어요...아마 교사 출신이라 꼼꼼하게 잘하실 겁니다.
이번에 총평은..손자손녀 손자 며느리들이 너무나 든든했고, 애썼다가 주가 되었습니다
특히 나의 며느리인 진경공주의 적극적인 싹싹함에 대해서 다 들 한마디씩 했는데.. 내 표정 관리가??? ㅎ
혹시 씰룩씰룩했던 것은 아니었을까.(좋아서).자꾸만 곱씹게 되더군요..
남들이 칭찬할 때...겸손해야 하는데....맞장구를 치지는 않았지만....그래요?? 그럴 거 예요..까지는 해댔으니..아이구 몰라몰라요..뭐 꼭 겸손해야하나?? 사실인 걸.....어쩌라구.....미안합니다..쏘리....~~
모든 조카들도 열심히 참여했습니다.
가족이 많다는 것이 든든한 힘이더군요.
일단 애 쓴 13명의 손자손녀들에게 백만원씩의 용돈이 주어졌습니다.
큰 시숙의 말씀에 따르면 할아버지가 주고 싶어하셨을 것 같으니 대신 전한다고 하셨고...그러셨을 겁니다.
여러가지 문제가 산재되어 있으나...적극적인 호야리씨의 중재로...고집불통인 큰 시숙도 따라주셨고, 둘째 시숙이야 뭐 같은 생각이시고 다른 동생들도 설명하는 절차야 밟았지만 다 들 동의를 해서 모든 일이 평화롭고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형제라고 해서 생각이 같을 순 없습니다.
그러나 큰 틀에서 크게 보고..시아버님의 유지를 받들고...잘 사셨습니다 고맙습니다의 표시로 서로 양보하고 우애를 다지는 계기로 삼게 된 것은 우리들의 자랑거리가 될 것 같습니다.
잘 사셨습니다..고맙습니다.
편히 천국에서 행복하시기를 바랍니다.
아버님...정말 고맙습니다..고맙습니다..잘 살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셋째 며느리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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