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이야기

친밀관계도/장이엽

청포도58 2014. 10. 6. 11:38

 

 

친밀관계도/장이엽

 

 

친분은 때때로 비굴했다

터놓고 생각할 수는 있지만

터놓고 말해도 이해할 수는 없을지 모를 이것은

추상화다

 

그려 본 사람은 알 법하거나

딴엔 알 것 같아도

그저 그럴듯 할 뿐

그러므로 여기에서의 뿐은

이것만이고 더는 없음, 이 아니고

뿐, 이외의 것에 대해 경우의 수만큼만 포함하기로 한다

 

어쨌든 뱀은 맹금류를 싫어하고

개구리를 좋아한다

어찌 되었든 개구리는 뱀을 싫어하고

파리는 다만 날아가면 바로 앉을 수 있는

잘 차려진 밥 한 상을 좋아할 뿐이고

쉬 슬 자리를 찾아 앞다리를 싹싹 비빌 뿐이다

 

빵집에서 학교를 지나 우체국에 들렀다가

도서관으로 가는 거리를 구하는

문제만큼 밋밋한 것은 갈수록 드물겠지

 

추상화는 해석되어도 여전히 추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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