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이야기

낙타의 일생/공광규

청포도58 2026. 1. 22. 21:11


낙타의 일생/공광규

관광객을 등에 태운 낙타가
땀을 뻘뻘 흘리며 초원과 사막을 오고 간다
코에 꿴 줄을 잡은 작은 원주민이
앞으로 끌면 앞으로
가고 뒤로 끌면 뒤로 간다

줄을 사정없이 반복하여 빠르게 당기면
낙타는 코가 찢어질 듯 아픈지
얼굴을 찡그리며 얼른 땅에
무릎을 꿇어
사람을 내리고 태운다

사람보다 덩치가 큰
성질이 사납고 냄새가 고약한 짐승이지만
오랫동안 길들여진 낙타는
사람에게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는 것이다

가끔 굵고 긴 목으로 가죽통을 두드리듯
울음인지 노래인지 반항인지
소리를 지르다가도 다시 사람의 손에 끌려
앉고 서고 걷고 달린다

우리도 어쩌면
보이지 않는 손에 코가 꿰어
평생땀을 뻘뻘 흘리며 끌려다니다가 버려지는
슬픈 낙타일지도 모른다


어찌해볼 도리가 없다는 것?
오늘의 묵상거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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