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숲을 지나며/이명옥
잿빛이 낮게 덮인 날
어쩐지 낯선 듯 놓인 빈 의자를 지나
암묵으로 잠든 겨울 숲을 걷는다
흐린 하늘은 경계를 허물어
더 낮게 내리고
정적에 순응하듯
함박눈 무장무장 내린다
길을 지운다
앙상해서 더 당당한 겨울나무
삽시간에 눈꽃으로 빛난다
눈부시다
축제다, 순연한
한 사나흘 눈사태에 유배된다면
그럴 수 있다면, 그럴 수 있다면
내 안의 어두움 몰아내고
눈꽃같이 환한 그리움 피어날까
겹겹의 얼룩,
저 숫눈으로 지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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