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이야기

넉넉한 마음/김재진

청포도58 2022. 8. 24. 19:37

넉넉한 마음/김재진

 

고궁의 처마 끝을 싸고도는

편안한 곡선 하나 가지고 싶다.

뽀족한 생각들 하나씩 내려놓고

마침내 닳고닳아 모서리가 없어진

냇가의 돌멩이처럼 둥글고 싶다.

지나온 길 문득 돌아보게 되는 순간

부끄러움으로 구겨지지 않는 

정직한 주름살 몇 개 가지고 싶다.

삶이 우리를 속이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삶을 속이며 살아왔던

어리석었던 날들 다 용서하며

날카로운 빗금으로 부딪히는 너를

달래고 어루만져 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