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이야기

지구별 여행자/류시화

청포도58 2021. 12. 31. 14:41

지구별 여행자/류시화

 

결국,

나는 완벽한 인간이 아니며,

생은 온갖 시행착오를 거치기 마련이라는 것,

자신의 시행착오를 너그럽게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야말로 가장 큰 시행착오라는 것,

따라서 자신을 괴롭힐 일들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다.

 

언제까지나 그곳에 막연히 서 있을 순 없는 일이다.

어디로든 가야만 했다.

삶이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너무 오래 정지해 있을 수 없는 것,

너무 오래 망설이면 오히려 엉뚱한 선택을 하기 마련이다.

 

지금 나는 깨닫는다.

내가 지나온 모든 길이 하나의 과정이었음을,

내게 필요했기 때문에 그 많은 일들이 일어났음을.

한때 나는 어리석었고 긴 방황의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그 모든 것이 하나의 과정이었다.

지금 이 순간, 이 자리로 나를 데려오기 위한 필연적인 단계였다.

 

꿈 속에서 나는 어김없이 너와 함께 웃었다.

그렇다. 모든 것이 꿈이었는지도 모른다

아름답고, 기억에 오래 남고, 또 다시 꾸고 싶은 나의 꿈!

어느 날 잠에서 깨어났을 때 나는 울음을 터뜨렸다.

다시 그 꿈을 꾸고 싶어서.

 

그것은 나 스스로 한 약속이엇는지도 모른다.

아름다움으로 나를 찾아온 것들,

진실한 것들 그리고 순수한 기쁨들,

그런 것들만 기억하자고,

그것은 내 스스로의 다짐이었고 자주 찾아오지 않는 행운의 계시였다.

생에 가장 아름다운 여행이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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