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이야기

오직 적막/허형만

청포도58 2021. 12. 23. 19:38

(향이정원에서 가장 늦게까지 피어주었던 소국입니다.~ 귀퉁이에 서서 가는 가을을 마중하고 있는 듯 합니다. 대견합니다.)

 

 

오직 적막/허형만

 

한 생애가 텅 빈 항아리같다

 

폭풍처럼 몰아치던  파도도 고요해지고

창문에 반짝반짝 별빛을 매달고 달리던

야간 열차의 기적 소리도 아스라히 잦아지고

나의 한 생애여, 이제는

오직 적막

한때는 부글부글 들끓음으로 가득 찼으나

한때는 한기 돋는 소소리 바람에도 출렁거렸으나

나의 생애여,

이제는

오직 적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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