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편지/이명옥
계양산 자락에
안돈한 듯 들어앉은 수도원에 다녀왔습니다
수북이 쌓인 낙엽을 밟으며,
하르르 하르르, 수직을 버린 조락을 보며
인생을 생각합니다
꽃등 몇 개 단 감나무 가지가
제 잎 다 털어내고도 가득해보입니다
사색을 늦추며
문득 멈춘 길 위에서
색 고운 엽서 몇 장을 주웠습니다
아마 당신께 가을 안부로 보내질지도 모릅니다
아, 마른 솔잎 속
자칫 스쳐 지나칠 작은 풀꽃들이
하얀 얼굴로 내 보랏빛 미소에 알은채를 합니다
그 모습이 저를 동여매었습니다
삶과 죽음의 묵상도 묶었습니다
'오늘은 나, 내일은 너'
일상의 저울추도 덩달아 묶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