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신휘
나의 시는 가령,
퇴근길 집에 들어가긴 싫고 그렇다고 마땅히 불러낼 친구도 없어 술집에 혼자 앉아 독한 술 따라 마시는데 그만,
가슴 싸하도록 훑고 내려가는 시원함 같은 것이었으면//
아니면,
다 늦은 저녁 간만에 들른 시골집 어머니께서 차려내온 밥상 물리고 빈 방에 들어 혼자 가을밤 외론 밤,
노래 부르는데 그만 핑 눈가를 적시는 눈물 같은 것이었으면//
쉽게 모습 드러내 놓지 않는 세상을 향해 삿대질이나 하는, 그런 시시한 시가 아니라//
정말이지
하루종일 내리는 비 언제 그치나 쳐다보는데 불현듯 찾아든 시장기 아는지 모르는지 그만, 훅 코끝을 스치는 김치전 굽는 냄새 같은 것이었으면 참 좋겠다.
(제 1시집 "운주사에 가고 싶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