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이야기

나의 시/신휘

청포도58 2019. 9. 19. 16:52



나의 시/신휘


나의 시는 가령,

퇴근길 집에 들어가긴 싫고 그렇다고 마땅히 불러낼 친구도 없어 술집에 혼자 앉아 독한 술 따라 마시는데 그만,

가슴 싸하도록 훑고 내려가는 시원함 같은 것이었으면//

아니면,

다 늦은 저녁 간만에 들른 시골집 어머니께서  차려내온 밥상 물리고 빈 방에 들어 혼자 가을밤 외론 밤,

노래 부르는데 그만 핑 눈가를 적시는 눈물 같은 것이었으면//

쉽게 모습 드러내 놓지 않는 세상을 향해  삿대질이나 하는, 그런 시시한 시가 아니라//

정말이지

하루종일 내리는 비 언제 그치나 쳐다보는데 불현듯 찾아든 시장기 아는지 모르는지 그만, 훅 코끝을 스치는 김치전 굽는 냄새 같은 것이었으면 참 좋겠다.


(제 1시집 "운주사에 가고 싶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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