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자리/천양희
욱아, 들어보렴 참나무가 욱욱거리며 강물에
떠내려가는구나
세상에서 제일 잘났다고 뽐내던 참나무가 그까짓
바람쯤이야 그까짓 비쯤이야 한던 나무가 참, 나무가
아니었구나 올라갈 줄 모르는 물 속에서 허우적대며
내려가는구나 자존심은 돌멩이처럼 굴러
곤두박질치는구나
끙, 끙끙 갈배밭을 지날 무렵 참나무는
더욱 욱욱 거리는구나 그까짓 갈대쯤이야
비웃던 갈대들이
쓰러지지 않았구나 바람에 날리는
갈대가 그 자리에 있었구나 욱아, 들어보렴
갈대는 바람이 불 때마다 고개를 숙였다는구나
고개를 숙이는 자에게 바람은 그냥 지나간다는구나
그렇다는구나
'문학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금은 우리가/박준 (0) | 2023.03.02 |
---|---|
아닌 것(Not)/에린 헨슨 (0) | 2023.02.28 |
봄꿈을 꾸며/김종해 (0) | 2023.02.17 |
어떤 이름/이기철 (0) | 2023.02.15 |
봄 안부/강인호 (0) | 2023.02.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