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소중했던가
세계 위에, 지붕과 풍경들 위에,
내 몸을 풀어놓고 싶구나,
나의 꿈 속에서는 쥐를 쫒는
불타는 욕망과 함게.
-파블로 네루다, '고양이이 꿈'-
버스가 지리산 휴게소에서 십 분간 쉴 때, 흘러간 뽕짝을 들으며 가판대 도색잡지나 뒤적이다가, 자판기 커피를 뽑아
한 모금 마시는데 버스가 떠나고 있었다. 종이컵 커피가 출렁거려 불에 데인 듯 뜨거워도 , 한사코 버스를 세워야겠다
는 생각밖에 없었다. 가쁜 숨 몰아쉬며 자리에 앉으니 , 회청색 여름 양복은 온통 커피 얼룩. 화끈거리는 손등 손바닥
으로 쓸며, 바닥에 남은 커피 입안에 털어 넣었다. 그렇게 소중했던가, 그냥 두고 올 생각 왜 못했던가. 꿈 깨기 전에
는 꿈이 삶이고, 삶 깨기 전에 삶은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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