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이야기

봄바람처럼/피재현

청포도58 2021. 1. 6. 10:46

봄바람처럼/피재현

 

아주 잠깐 사이 풍을 맞아

말씀이 어눌해진 엄마를 병실에 눕혀 놓고

수발 드는 봄날

 

나물국에 밥 말아 먹은 엄마는

입가에 이팝꽃처럼 붙은 밥알도 떼어 내기 전에

약을 찾고

혈압약, 놔경색약,우울증약

인사돌, 영양제, 변비약까지 한 손바닥

가득 쌓인 약 알갱이

두 번에 나눠 삼킨다

 

내가 빨리 죽어야 니가 고생을 않을 텐데

말로만 그러고 죽을까 봐 겁나서

꽃잎 삼키듯 약을 삼킨다

 

병싱 창 밖 한티제에는 산살구꽃도 지고

마구마구 신록이 돋아나는데

엄마가 오래오래 살면 어쩌나

봄꽃 지듯 덜컥 죽으면 어쩌나

 

내 마음이 꼭 봄바람처럼

지 맘대로 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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