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이정원의 가을은 계단을 올라가는 입구에 서있는 자두나무에서부터 옵니다. 이번 해에는 너무나 알랑하게 열려서 아쉬웠지만 추운 겨울을 잘 지내고 내년 봄에는 하얀 꽃이 눈처럼 많이많이 피어서 빨강색 자두로 주렁주렁 열리기를 기대해봅니다.
안녕.~ 마른 잎들이여.~ 내년에 다시 만나자.)
시월의 편지/목필균
깊은 밤
별빛에 안테나를 대어놓고
편지를 씁니다
지금, 바람결에 날아드는
가을 풀벌레 소리가 들리냐
온종일 마음을 떠나지 못하는
까닭 모를 서글픔이
서성거리던 하루가 너무 길어졌다고
회색 도시를 맴돌며
스스로 묶인 발목을 어쩌지 못해
마른 바람 속에서 서 있는 것이
얼마나 고독한지 아느냐고
알아주지 않을 엄살 섞어가며
한 줄, 한 줄 편지를 씁니다
보내는 사람도 받을 사람도
누구라도 반가울 시월을 위해
내가 먼저 안부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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