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중심/허형만
오후 세시
비 냄새 묻어나는 바람
앞산 중턱을 타고 넘어오는 게 보이고
비가 올실란갑다
허리 굽으신 아흔 줄 어머니
분수처럼 솟아오르며 밭에서 나오시고
나는 뽕나무 가지를 잡아 당겨
한여름 햇살에 잘 익은
먹물빛 오디를 조심스럽게 따고
세 자녀를 잘 키운
진돗개 백구는
풀무치 뒤를 따라 폴짝폴짝 뛰어오르고
오빠, 여기 좀 와 봐
맑고 환한 누이의 부르는 소리에
여린 노랑나비 날개처럼
앙증맞은 물양귀비 하늘거리고
여기가 우주의 중심이다
오후 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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