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이야기

우주의 중심/허형만

청포도58 2020. 3. 30. 15:10



우주의 중심/허형만


오후 세시

비 냄새 묻어나는 바람

앞산 중턱을 타고 넘어오는 게 보이고

비가 올실란갑다

허리 굽으신 아흔 줄 어머니

분수처럼 솟아오르며 밭에서 나오시고

나는 뽕나무 가지를 잡아 당겨

한여름 햇살에 잘 익은

먹물빛 오디를 조심스럽게 따고

세 자녀를 잘 키운

진돗개 백구는

풀무치 뒤를 따라 폴짝폴짝 뛰어오르고

오빠, 여기 좀 와 봐

맑고 환한 누이의 부르는 소리에

여린 노랑나비 날개처럼

앙증맞은 물양귀비  하늘거리고

여기가 우주의 중심이다

오후 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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