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이야기

[스크랩] 아름다운 회항 / 공광규

청포도58 2018. 7. 16. 20:32




아름다운 회항 / 공광규

 


멀리 순항하던 비행기가

갑자기 비상착륙을 하려면

항공유를 모두 버리고 무게를 줄여

출발했던 곳으로 돌아와야 한다

 

안전한 착륙을 위하여

정상항로에서 벗어나서

비싼 항공유를 모두 바다에 버리고

돌아와야 하는 것이다

 

사람도 그럴 때가 있다

갑자기 자신을 비우고

출발했던 곳으로

돌아와야 할 때가 있다


- 시집 『말똥 한 덩이』(실천문학사,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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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항중인 항공기가 예기치 않은 돌발 상황으로 목적지 공항에 착륙하지 못하고 인근의 다른 공항에 착륙하는 것을 불시착(Dirvt)이라 하고, 출발지 공항으로 되돌아가는 경우를 회항(Return)이라고 한다. 불시착은 목적지 공항의 기상이나 그라운드 사정 때문이겠는데, 이 경우 다이버트 이외의 홀딩 수단으로 선회비행을 선택할 수도 있다. 이에 비해 회항은 이륙 후 이상 징후의 발견으로 기체 결함이 의심된다거나 긴급 환자 발생, 출발지 당국의 긴박한 범죄자 인도요청, 사실 여부와는 관계없이 폭발물 탑재 제보 등 다양한 이유가 있다. 여객기 안에서 승객과 승무원의 심한 충돌, 승객끼리 험악한 난투극이 벌어져 승무원의 통제가 불가할 지경일 때도 회항을 선택하는 사례가 있다.

 

이러한 모든 것들은 안전운항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이고 모두 승객의 안전을 위해 취해지는 조치이다. 그리고 회항 시 연료를 모두 내다버린 다음에야 착륙하는 것은 비상 불시착 시 화재의 위험을 줄이기 위한 방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항공기의 최대이륙중량(MTOW)과 최대착륙중량(MLDW)의 차이 때문일 경우가 많다. 이를테면 747점보기의 최대이륙중량이 380톤이라면 최대착륙중량은 그보다 2~3톤 적은 378톤쯤 된다. 즉 380톤으로 이륙한 비행기가 얼마 지나지 않아 착륙해야 할 상황이라면 2~3톤은 줄여야 안전한 착륙이 가능하다. 공중에서 무게를 줄이자면 지정된 해상지역에 비싼 연료를 버리는 것(Fuel Dumping)말고는 달리 방도가 없기 때문이다.

 

시인은 항공기 회항의 사례로 비움의 아름다움과 삶의 지혜를 넌지시 일러주고 있다. 기업이건 사람이건 위기상황에 적절히 대처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욕심을 비우고 몸집을 줄여야한다는 것과 타성에서 벗어나 초심으로 돌아와야 할 때가 있음을 말한다. ‘못 먹어도 고’는 고스톱 판에서나 통용되어야지 아무 때고 외칠 일은 아니다. 4년 전 수많은 ‘만약에’가 사다리를 타고 내려오는 동안 단 한 차례도 옳은 판단과 결정이 없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악수의 연속이 빚어진 세월호 참사를 우리는 너무나 또렷이 기억한다. 항공사는 안전과 서비스가 최고의 가치이며 생명인 기업이다. 이를 바탕으로 고객의 만족과 신뢰를 얻고 회사도 성장해나갈 수 있다.

 

대한항공의 오너 리스크에 이어 아시아나의 기내식 대란사태로 국내항공사에 대한 고객의 신뢰는 땅으로 곤두박질쳤다.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창립 30주년을 맞았다. 창립 당시 일부 대한항공 직원에 대한 스카우트와 함께 진급에서 누락되거나 ‘물을 먹은’ 칼 직원들이 대거 옮겨간 것도 사실이다. 당연히 경영시스템이 비슷할 수밖에 없다. 단 기내식사업부는 투자 여력도 부족했거니와 투자대비 효율을 따져보니 ‘경영상 더 유리한 조건’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접었던 것이다. 이들 항공사의 경영전략은 자기기준으로 ‘저비용 고효율’이겠지만 고객 입장에서 보면 ‘고위험 저서비스’일 수도 있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제자리를 찾기 위해서는 회항을 결정하고 초심으로 돌아가 총체적 점검에 들어가야겠다.

 

권순진

 

출처 : 詩하늘 통신
글쓴이 : 제4막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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