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이야기

상처/마종기

청포도58 2017. 8. 10. 21:22



상처/마종기



내가 어느덧

늙은이의 나이가 되어

사랑스러운 것이 그냥

사랑스럽게 보이고

우수은 것이 거침없이

우습게 보이네


젊었던 나이의 나여

사고무친한 늙은 나를

초라하게 쳐다보는 젊은이여

세상의 모든 일은 언제나

내 가슴에는 뻐근하게 왔다

감동의 맥박은 쉽게 널뛰고

어디에서도 오래 쉴 자리를

편히 구할 수가 없었다


그렇다.젊었던 나이의 나여

평생 도망가지 못하고 막혀있는

하느님의 눈물 한 방울

멀리 누워 있는 저 호수도

가엾게 나이를 먹어가고 있다

오래 짓누르던 세월의 불면증을

몇 번이나 호수에 던져버린다

불면증 물려받은 호수가

머리까지 온몸이 젖은 채로

잠시 눈을 뜨고 몸을 흔든다

연한 속살은 바람에 씻겨

호수의 살결이 틈틈이 트고

가는 다리까지 떨고 있다


이디였지? 내가 어느덧

늙은이의 나이가 다 되어

호수도, 바람도, 다리도

대충 냄새로만 기억이 날 뿐,

아무도 없는 곳에서 가끔

귓 속의 환청의 아우성,

아무도 우리를 말릴 수 없다는

상처의 나이의 아우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