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이야기

시인은 언제나/권순진

청포도58 2017. 5. 24. 14:58



시인은 언제나/권순진



갖춘꽃의 총화이기보다는

꼬부라진 암술이거나 수술의 꽃밥,

꽃잎과 꽃받침의

애매한 경계쯤이나 될 것입니다.

무지개와 구름과

비에 머무는 시선만이 아니라

진흙 속 무지렁이와 함께 섞여

돌돌돌 굴러가지도 못하는

한 알 콩자갈의 변명 같은 것 입니다

잉잉거리는 바람과

봉창을 두드리는 빗소리에도

밥이 넘어가지 않고

복받치는 울음입니다

사막을 걷는 이의 수통에 남은 마지막 물 한방울이며

오염에 더욱 선명한

저 강 물비늘의 표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