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이야기

남겨진 가을/이재무

청포도58 2014. 12. 2. 09:37

 

남겨진 가을/이재무

 

움켜쥔 손 안의 모래알처럼 시간이 새고 있다

집착이란 이처럼 허망한 것이다

그렇게 네가 가고 나면 내게 남겨진 가을은

김장 끝난 텃밭에 싸락눈을 불러 올 것이다

문장이 되지 못한 말(語)들이

반쯤 걷다가 바람의 뒷밭에 채인다

추억이란 아름답지만 때로는 치사한 것

먼 훗날 내 가슴의 터엔 회한의 먼지만이 붐빌 것이다

젖은 얼굴의 달빛으로, 흔들리는 풀잎으로, 서늘한 바람으로,

사선이 빗방울로, 박 속 같은 눈 꽃으로

너는 그렇게 찾아와 마음의 그릇 채우고 흔들겠지

아 이렇게 숨이 차 사소한 바람에도 몸이 아픈데

구멍난 조롱박으로 퍼 올리는 물처럼 시간이 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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