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이야기

겨울새는 둥지를 틀지 않는다/복효근

청포도58 2023. 1. 29. 17:58

 

 

겨울새는 둥지를 틀지 않는다/복효근

 

새들이 겨울 응달에

제 심장만한 난로를 지핀다

두 마리 서너 마리 때로는 떼로 몰리다보니

새의 난로는 사뭇 따숩다

저 새들이 하는 일이란

너무 깊이 잠들어서 꽃눈 잎눈 만드는 것을 잊거나

두레박질을 게을리 하는 나무를

흔들어 깨우는 일,

너무 추워서 웅크리다가

눈꽃 얼음꽃이 제 꽃인 줄 알고

제 꽃의 향기와 색깔을 잊는 일 없도록

나무들의 잠 속에 때맞춰 새소리를 섞어주는 일,

얼어붙은 것들의 이마를 한번씩

콕콕 부리로 걷드려주는일,

고드름 맺힌 나무들의 손목을 한번씩 잡아주는 일,

그래서 겨울새는 둥지를 틀지 않는다

천지의 나뭇가지가 대들보며 서까래다

그러니 어디에 상량문을 쓰고

어디에 문패를  걸겠는가

순례자에서 만난 수녀들이 부르는 서로의 세례명처럼

새들은 서로의 소리가 제 둥지다

저 소리에 둥지가 따뜻하다

이 아침 감나무에 물까치떼 왔다 갔을 뿐인데

귀 언저리에 난로 지핀 듯 화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