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이야기

버팀목에 대하여/복효근

청포도58 2022. 11. 14. 10:14

 

 

버팀목에 대하여/복효근

 

태풍에 쓰러진 나무를 고쳐 심고

각목으로 버팀목을 세웠습니다

산 나무가 죽은 나무에 기대어 섰습니다

 

그렇듯 얼마간 죽음에 빚진 채 삶은

싹이 트고 다시

잔뿌리를 내립니다

 

꽃을 피우고 꽃잎 몇 개

뿌려주기도 하지만

버팀목은 이윽고 삭아 없어지고

 

큰바람 불어와도 나무는 눕지 않습니다

이제는

사라진 것이 버티고 있기 때문입니다

 

내가 허위허위 길 가다가

만져보면 죽은 아버지가 버팀목으로 만져지고

사라진 이웃들도 만져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