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이야기

가을, 그리고 겨울/최하림

청포도58 2021. 7. 7. 14:10

(늘 있었던 그 자리에서 잊지않고 꽃을 피워주는 톱풀입니다.또 한 해가 돌아와서 만나게 되었네요. 천천히 놀다가 가기를.~)

 

가을, 그리고 겨울/최하림

 

깊은

가을 길로 걸어갔다

피아노 소리 뒤엉킨

예술학교 교정에는

희미한 빛이 남아있고

언덕과 집 들

어둠에 덮여

이상하게 안개비 뿌렸다

모든 것이 희미하고 아름다웠다

달리는 시간도 열렸다 닫히는 유리창도

무성하게 돋아난 마른 잡초들은

마을과 더불어 있고

시간을 통과해 온 얼글들은 투병하고

나무 아래 별들이 나타났다 사라졌다

모든 것이 아름다웠다 저 마다의 슬픔으로

사물이 빛을 발하고 이별이 드넓어지고

細石에 눈이 내렸다

살아 있으므로 우리는 보게 될 것이다

시간들이 가서 마을과 언덕에 눈이 쌓이고

생각들이 무거워지고

나무들이 축복처럼 서 있을 것이다

소중한 것들은 언제나 저렇듯 무겁게

내린다고, 어느 날 말할 때가 올 것이다

눈이 떨면서 내릴 것이다

등불이 눈을 비출 것이다

등불이 사랑을 비출 것이다

내가 울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