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 이야기

도라지때문에 갈라진 혀.~

청포도58 2021. 4. 25. 13:42

어제 이천 결혼식을 마치고 시어머님께 갔습니다.

코로나때문에 꼼짝없이 집에 계시게 되니 엄청 답답하셨는지 우리가 도착을 하니 너무 너무 좋아하셨어요.

보청기, 보청기를 다오.~ 대화가 하고 싶으셨나봅니다.ㅎ

 

이제는 지팡이를 짚어야 다니실 정도가 되었건만,

여전히 적극적이신 어머님, 도라지를 캐시고, 열무를 뽑으시고, 파를,삶은 우거지를 챙기시느라 바쁘십니다.

 

잠깐만 기다려라.

오래된? 것 같은데?? 귤 서너 개와 음료수와 희한한 빵같은 걸 봉지에 싸서 차에 던지십니다.

주고 싶으신 것 같아서.~~ 무조건 받습니다. 먹든 안먹든.~ㅋ (거의 안먹습니다)

 

어느새 도라지 몇 개는 다듬으셨어요. 시간이 없어서 다 다듬질 못한 걸 아쉬워하십니다.

몸에 좋은 것이니 꼭 먹어라. 언제나 하시는 당부는 똑같습니다.

 

양평으로 와서 호야리씨가 다 손질했구요, 나는? 바락 바락 해서 쓴물을 다 빼고 (내 레시피는 긁은 소금에 바락바락해서 문질렀는데, 백종원씨 레시피를 보니 소금에 설탕에 식초에 바락바락하더라구요. 이번에는 백종원표로 해봤어요)

도라지가 단단하질 않고 약간 서걱거리는 것 같았지만 일단 최선을 다해서 무쳤어요.

 

그냥 저냥  먹을만 해서, 아침에 과하다 싶을 정도로 먹었더니만 혀가 갑자기 이상합니다.~

너무 매웠나?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어보니 으이구 혀가 갈라졌네요. 아픕니다, 쓰립니다.

일단 오라메디를 발랐어요. 입 속에 약이라니.~~ 개운칠 않아서 커피도 못마시고 있습니다.

 

도라지가 맛있는 음식은 아니잖아요.

목에 좋다니 (요즘 목이 좀 그랬어요) 너무 열심히 먹었나봐요.

 

이제는 과해도 안되고 부족해도 안되고.~~ 점점 조심해야하는 나이에 도달했습니다.

 

창 밖에  신록이 기가막힙니다. 연둣빛 .연초록빛. 온 세상이 다 연둣빛입니다.

새들은 집을 짓느라 바쁘게 다니고 고양이 깜찍이도 산 속에서 내려와서 웰컴 투 통조림도 먹었고, 저번 주에 연준이가 그토록 기다리던 나비와 벌이 이제서야 얼굴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얀 체리꽃이 만발했구요, 꽃사과꽃이 한창입니다.

보라색 매발톱은 활작 피었고, 바위 틈의 영산홍도 만개했습니다.

 

이번 해에는 잔디에 온통 쇠뜨기가 쫘악 퍼졌어요. 

너는 어디서 온 거니?

뿌리가 도대체 어디까지 뻗은 것이냐? 토끼풀과 쇠뜨기 제거는 가장 고난도입니다. 

아침에 2시간 정도 뽑았고, 저녁에 또 뽑아야지요.

잡초는 뽑자마자 뒤미처서 또 생기는 것이라니, 그냥 놀이삼아 구름도 보고 새파란 하늘도 보고 날아다니는 새도 보고 또 유튜브로 틀어놓고 노는 것이다.~ 이렇게 느긋하게 생각해야합니다.

 

그.그런데 너무 한다, 잡초들.~ 극악스럽기도 해라. 흙이 붙어있는 땅만 보이면 뿌리를 내리는 질긴 녀석들.~

잔디에서 살지말고  저기 저 산 속에서 살면 안되겠니??

 

아마 이번에도 잡초를 이기지 못할 겁니다.~~

 

일요일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