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이야기

허망에 대하여/김남조

청포도58 2020. 8. 14. 16:23

허망에 대하여/김남조

 

내 마음을 열

열쇠 꾸러미를 너에게 준다.

 

어느 방 어느 서람이나 금고도

원하거든 열거라

 

그리하고

무엇이나 가져도 된다

 

가진 후 빈 그릇에

허공 부수러기쯤 담아 두려거든

그렇게 하여라

 

이 세상에선

누군가 주는 이 있고

누군가 받는 이도 있다

 

받아선 내버리거나

서서히 시들게 놔두기도 하는일

이런 일 허망이라 한다

 

허망은 에삿일이며

이를테면 사람의 식량이다

 

나는 너를

하망의 짝으로 선택했다

너를 사랑한다